저녁 늦게야 온다던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전에도 하늘이 수상쩍더니
  정오즈음부터 갑자기 세차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가져와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며 출출한 배를 채우려 매점에 들렀다가
  본관에서 약을 받아들고 어슬렁 어슬렁 강의실로 발을 옮기는데 창문너머로  
  드레스를 차려 입은 아가씨들이 보였다.

  "에에?!?!?"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 원형극장 주변에 고운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아 '뭔가 잘못봤나'하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쳐다보니 정말 드레스를 입고 있더라.
 
  '음대 학생들은 졸업앨범 촬영때도 드레스를 입는건가?' 라고 생각했다가
  어쨌건 예쁜 여학우들을 구경해야겠다는 마음으로 3층에서 1층까지 쿵쿵쿵쿵
  뛰어 내려갔더니, 어머나 세상에!

  졸엽연주회 시즌은 아닌 것 같은데.

  피아노과 학생들(추정)이 원형극장 가운에 놓인 그랜드피아노를
  즐겁고 신나게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촉촉한 봄비에 젖은 연두빛, 초록빛 나무들이 우거진 원형극장 가운데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마치 님프같았다.

  수업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자리를 떠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쉬워서 겨우겨우
  발을 옮겨 강의실에 갔더니,
  어째 수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피아노 소리가 점점 귀에 크게 들리는 걸까.
  귀로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손가락은 까딱까딱 피아노 소리를 쫓아 흔들렸고
  수업이 마치자마자 다시 가서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연주회가 끝났는지
  어느 순간 이후로 피아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수업이 마친 뒤,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조별 모임이 있었기에
  친구를 따라 친구네 방에 들렀다가, 친구가 자신의 친구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에
  별 생각없이 학생회관에 따라들어갔다가 졸업앨범 촬영 때문에 지쳐있는(!)
  고등학교때 친구도 만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고,
  다시 친구를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조금 더 같이 걷다가 친구는 수업을 들으러,
  나는 노트북 대여를 위한 서약서(...)를 쓰기위해 행정관에 들렀다가 PC실에서
  노트북을 빌려 나오는데 왠지 낯익은 얼굴이 보여서 머뭇거리며

  "...혹시, 민정? "

  이라고 했더니 역시나 그 친구.
 
  어이쿠, 이거 거의 4년 만이다~ 어떻게 지냈냐~ 너 아직 졸업 안했냐~ 등등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다음에 또 연락하자는 인사를 하면서 헤어졌다.

  그러고 나서 조모임에 갔다가 다시 다른 조모임에 갔다가
  (여기도 저기도 시간 안에 하려고 했던 일이 다 안끝나는 바람에
  불안해하면서)
집에 왔다.


  뭐랄까, 오늘 하루는 몸은 나른하지만, 마치 마법에 걸린듯 신비롭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가올 많은 날들도 늘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Posted by 미우
TAG 잇힝♡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서
  인스턴트커피-스틱형-를 담아 놓은 통에 손만 뻗어 두개를 쏘옥 뽑은 다음
  별 생각없이 뜯어 컵에 스으윽 스으윽 부어놓고보니...
  어라, 냄새가 이상합니다.


  이것은......
 

어째서 립X아이스티랑
맥X커피랑 섞여있는거냐!!!
 

 


  왠지 허탈해져서 계속 컵 속을 힐끔 힐끔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


  익숙하다고 해서 확인없이 행동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에요.

Posted by 미우


  화창한 날씨, 푸른 하늘, 선선한 바람.
 
  얼마 전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국어책에 실린 발췌된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고나서 「토지」
  전 권을 다 읽어봐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서점을, 헌 책방을 뒤져보았지만 결국 전권을
  모두 찾을 수 없어 읽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중, 대학에 들어온 후 도서관에서 「토지」 전권이 서가에
  있는 것을 보고 한 권, 한 권 빌려 탐독하던 그 때가, 책을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던 그 때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은 흘러 박경리 선생님은 하늘 나라로 가셨네요.

  근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토지」를 집필하시며 마주하게 되었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셨던 박경리 선생님.
  그리고 그 이후에도 환경 사랑을 실천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이제 먼발치에서도 뵐 수 없지만,
  선생님의 작품은 오래 오래 남아 모두에게 기억될 것 입니다.


  ......부디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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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우
TAG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