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13. 10. 15. 02:32


   그러니까 그건 마치 내가 불청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나를 아는 사람은 그와 그녀 뿐. 

어느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나의 정체에 대해서 몰랐겠지만 

나 스스로 그 자리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야.'라고 생각하며 갔던 그 자리. 

그러나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묻지는 않을 것이라지만 그들의 공간에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이 

주제넘는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결국 나는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이 이렇게 기분좋은 날이라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날 홀연히 사라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마도 그 나무는 앞으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 나무와 그 자리는 이제 지워지겠지. 잊혀져가겠지.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