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마주할 수 있게 둔 거울.
허리를 곧게 세우고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다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머리카락에 눈이 갔다.
'많이 길었네.'
앞에서 보았을 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던 머리가 뒤에서는 제법 길어보인다.
'자를까?'
며칠 전 부터 봄기운에 들뜬 마음으로 생각하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잘라도 다시 기를텐데. 더워지면 어차피 틀어올릴텐데.'
하며 귀찮아하다가도,
'사진찍을 때 쯤이면 어차피 좀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테니 미리 자르는게 나으려나?'
하면서 갈팡질팡.
멍하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은 착착 지나가버리고
오늘이 와버렸다.
별 것 아닌 문제로 갈등씩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정신이 마실갔다가 아직 안돌아온 듯.
얼른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