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신문이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냥 몰래 넣어드리기보다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듯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꾸지람을 하신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바를 조목 조목 말씀드렸다.
하지만, 비싼 돈 들여 서울로 학교 보내놨더니 애가 쓸데없는 것에 물들었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듯한 그 목소리에 왈칵 설움이 복받쳐올랐다.
쓸데없고, 이상한 것에 물들었다고 보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물들만큼 내가 순진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셨던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신 것을 믿고
자랐기에 옳다고 여기는 것을 옳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씀드리다가 배터리문제로 전화가 끊겨,
배터리 교환 후 다시 전화를 걸어서는 어쨌건 신문은 내일부터 들어갈테니
그냥 보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곧이어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세상을 언제나 정의롭게만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현실을 보라고 하신다.
현실, 그래 그 현실.
이상과 현실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울며 밤을 지새우게 하는 그 놈의 현실.
현실이 곧 경제적인 것으로 결부되는 것으로 간주된다하여도,
정치는 정치가의 손에 맡겨버리고
나는 권리 위에서 그저 잠이나 자야한다는 뜻인가.
나라 일은 나랏님이 다 알아서 하실 일이니까?
무어라 아버지께 말씀드리려던 차에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에 그저 이를 악물고 눈물만 삼켜야 했다.
학생이라는 명목으로 폐만 끼치고 있는 내가 그 말씀에 어찌 반박을 할 수 있으리.
......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아프게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