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8. 7. 22. 22:26


  아침에 본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잔뜩 뿌릴 것 같은 잿빛이었습니다.
  '긴 우산을 들고 갈까, 작은 접이식 우산을 들고 갈까'하다가 그냥 작은 우산 하나를
  손에 잡히는 대로 가방에 집어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흐리다가 군데군데 햇빛이 비치다가, 다시 흐렸다가 맑았다가를 반복하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흔히 호랑이 장가가는 날씨 (혹은 여우비:햇빛이 내리쬐면서
  비가 내리는 현상)가 되는 바람에 머뭇거리며 우산을 펼쳤습니다.

 
아차!!!
이 우산은... 색맹테스트용 우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산을 쓰고 가다가 문득 인증샷을 원하는 분이 계실 것 같아 걸으면서 대충 찍어보았습니다. (칭찬해주세요~ [!?;])




  그랬습니다. 그 것은 지난 5월쯤인가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놀라 학교 앞에서 대충 고른 후
  펼쳐보니 너무나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어 그 후로는 감히 쓰고 다니지 못하던
  바로 그 우산이었습니다.
  (사진이 좀 덜 선명하군요. 실제로 보게 되신다면
  "아니! 이것은 왕왕왕 복고풍이잖아!"라며 놀라실겁니다.[......])

  어찌되었건 오는 듯 마는 듯 한 비였지만, 그래도 괜히 비를 맞기는 싫어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 사람들이 흘끗 흘끗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한 번 바라봐줍니다.
  외국인들이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뭐 어때, 비 맞는 것 보다 낫지. 괜찮아, 괜찮아. 저 사람들은 나를 보는게 아니야.
  응, 내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지만,
  너무도 명확하여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꿋꿋이 우산을 쓰고 당당하게-빠른 속도로- 걸으니 수군거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와하하하핫-! [......]


  나중에는 비가 아예 내리지 않아 고이 접어 가방 속에 다시 넣었지만,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싶을 땐 가끔 활용해야겠어요. (과연;)
  아, 혹시 왕 화려한 색맹테스트용 복고풍 우산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대여해드리.... (!?)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