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08. 7. 29. 02:32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것이 너무도 아파서 숨조차 쉬기 어려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기에 미움받는 것을 힘겨워하던 어린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더 많음에도 천천히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다.

  상처받기 싫다는 마음으로,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이유로.

  아이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을 때,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였지만
  아이를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만든 벽을 느끼고 서서히 물러났다.
 
  더 없이 살가운 것 같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릴 관계들이 지속되었고
  누군가 피상적인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라고 말할 때에도
  아이는 그것으로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영원하지 않을 관계라면 언젠가 미움받는 일도 있을 것이고,
  헤어져야 할 일도 생길테니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그냥 그 상태를 즐기다 상대가 떠나면
  미련없이 보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게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고, 그는 문득 허전함을 느꼈다.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
  피상적이라고는 해도 한 자리에서 함께 웃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지금 곁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떠날테고, 떠나보내겠지.
  이상해. 이 끝을 알 수 없는 이 공허감은 도대체 뭐야? 싫어, 혼자는 싫어.'

  온 몸을 웅크린 채 한참을 떨다 벌떡 일어난 그는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면 다시 찾아오는 허전함에 몸서리치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계속했지만, 그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