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9. 11. 27. 17:29


  예전에는 무거운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건만..

  오늘 라벨작업이 끝난 우편물들을 발송하러 우체국에 가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더라. 

  (원래는 우편물 꾸러미가 무겁다보니 차로 옮기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혼자 우체국까지 옮기게 되었음.)

  내가 좀 튼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름 무거운 짐인데, 낑낑거리면서 들고 가다가 
 
  몇 발자국 못가서 쉬고, 또 가다가 쉬고를 여러번 하고 있는데도 도와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세월이 수상하니 이해할만 하다해도(?),

  그 무거운 짐을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옮기고 있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것은 좀 지나친 듯.

  아니면 내가 많이 튼튼해 보여서 우편물을 가볍게 들고 가는 것으로 보였으려나?

  그 분께서는 나를 가로막고 바로 눈 앞에 있는 건물을 찾으시며 이 길이 맞냐고 물으시던데..

  잠시 지체하던 그 순간이 저에게는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느껴졌나이다.

  그래, 하긴 지난 9월 경에 집에 보낼 택배 때문에 20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짐을 낑낑대며 들고 가도

  눈길 주는 사람조차 없더라만은.

  어쨌건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겨우겨우 우체국 안으로 들어서니, 안내해주시는 아저씨께서 깜짝 놀라며

  짐을 받아주셨더랬다.

  아저씨도 짐의 무게가 버거우셨는지 조금 휘청(......)

  발송하려고 "이건 몇 통, 저건 몇 통입니다."라고 이야기하고 계산을 하고나니

  우편물을 뒤쪽으로 옮기던 분께서 "이걸 혼자 들고 오셨어요?"라며 또 깜짝 놀라신다.

  나는 "아하하하.. 네, 그래서 그런지 팔에 힘이 없네요."라고 대답한 후 인사를 하고 다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도 힘이 하나도 없더니 도착하고 나서도 팔에 힘이 없더라.

  지금은 다녀온 지 몇시간이 지나서 겨우겨우 움직일 기운이 생겼다.

  음.. 앞에 도와달라고 쓰기는 했었지만, 하소연(?)을 다 하고나니 도와주지 않으신 분들도

  이해가 되는구나.

  정말 세상이 수상해지기도 했고(!?)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니까.

  그러고보니 어제 버스에 자리가 있기에 허리도 너무 아프고 하여 노약자석이 아닌 자리를 
 
  골라 앉아있었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께 자리를 양보해주라고

  딱 찍어 말씀하셔서 눈물을 머금고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는구나아.

  아악! 내가 무슨 말을 쓰려고 했던 것인지를 모르겠어!! [털썩]

Posted by 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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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마이갓!!!!! 그렇게 무거운 짐을 혼자 끙끙 들고 갔다니..ㅠㅠ누구 하나 안 도와주는건 분명 비정상적인 세상인게야...아니 보기에도 여~리 여~리 한 미우이거늘!!!!!!!!!!!!!!!!

    그러고보니 예전에 대교A상가 책방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내 앞 쪽에서 어떤 여학생이 1.5리터 정도 되는 물통 여러 개를 혼자 끙끙 들고 가더라고. 미우처럼 넘 무거워서 가다 쉬다 가다 쉬다하는 모습이 워낙 안쓰러워서 대뜸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놀라면서도 무지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더라고...
    오히려 내가 민망했던 기억이;;ㅅ;;ㅋㅋㅋ
    미우글 읽어보니 그 때 들어주길 잘 했단 생각이 드는구마잉~ㅋㅋㅋ나 칭찬받을 일 한 거 맞지?^^ㅎㅎ

    2009.11.27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여리여리하다는 건 좀 넣어두어야 할 말인것 같...(...) 어쨌건 그래도 우체국에서 아저씨가 잠시 들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했어. ;ㅅ;

      우리 언니 칭찬받아야겠다. /ㅅ/ 아이, 참 잘했어요~♡
      [토닥토닥] ㅋㅋㅋ

      2009.11.28 14:55 신고 [ ADDR : EDIT/ DEL ]
  2. 도시화되어가면서 노인우대 같은 규범적 가치가 많이 훼손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과거 농경사회의 경우, 농사에 대한 지혜를 갖춘 '어르신'들께서 솔루션을 제공해주셨기 때문에 공경 받는 그런 규범이 도덕으로 굳혀졌다고 하는데요. 요새 들어선 just 짐짝 같은 느낌 마저 생겨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짐짝이란 뉘앙스가 불필요하다, 거추장스럽다는 의미이니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불편합니다. 이에 관해 베르나르베르베르 옵니버스 형식의 소설 '나무'에 재미나게 풀어지기도 했죠. 그 소설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이런 거였던 것 같습니다. '너도 결국 나이를 먹어 늙게 될거야, 지금의 나처럼'

    정작 포스팅 내용과는 약간 엇나가긴 했습니다만 ^^;;

    어쨌거나 사회적 약자를 법적 제도로 보호되는 것이 아닌 구성원 스스로 자발적인 성격을 띈 도움이 전제된다면 참 보기 좋을텐데 말이죠. 가면 갈수록 아쉬워지는 부분입니다.

    2009.11.30 06: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어라, 전에 답글을 달았었는데 등록이 안됐나봐요. [덜덜]

      라투키엘님의 말씀처럼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한다면 정말 좋을 테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일이겠지요.
      다만 '자발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진심이 우러나와야 할텐데 그렇게 되기까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네요. 그리고 '자발성'에 근거한다면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수 없게 되겠지요.
      참 어려운 문제인 듯해요. :)

      2009.12.07 21:5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