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7. 3. 27. 00:43


  냉장고에 당근이 남았길래 심심할 때 마다 오도독거리며 먹으려고
윗층 개수대에서 당근을 깎고 있었더랬다. 아래층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에 잔뜩 긴장을 한 채로-폐인의 몰골로 돌아다니다보니 오다가다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 굉장히 두렵다- 당근을 마저 깎고 있는데,
정수기에 물을 받으러 온 청년(아저씨?)이 "히에엑!"하면서 놀라는 바람에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버렸다.

  잠시 후, 그 청년(아저씨?!)이 민망해하면서 말하기를
"하하하, 예전에 전설의 고향을 많이 봐서요."라며 뭔가 수습을 하려고 하는데
그 노력이 별로 도움은 되지 않더라.

  어쨌건 물을 다 받은 청년(아저씨!?)은 그 자리를 황급히 피했고,
마저 당근을 깎으며 그 말을 되새겨보니 어쩐지 내가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이나 도깨비나 뭐 그런 종류로 보였다는 말 같아서 상처받아버렸다.
(아아아, 나의 소심함은 언제쯤 치유될까나. 바들바들)


  내가 좀 폐인의 몰골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무섭게 생긴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에!
 으아앙!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