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감사하며, 웃으며 지내던 그 때의 나와는 뭔가 다른 사람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의 폭이 좁아졌고, 감사하는 것 보다는 짜증을 더 잘 내는 사람이 되었으며
누군가의 감정에 쉽게 동요하지 않고, 거짓 웃음과 목소리를 지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그 '상냥하고 따뜻했던' 그 사람은 여기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계절이 다가올 때면 그렇게나 짧았던 그 시간이 그립네요.
나를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해 주었던 그 시간이,
밤새워 당신과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었던 그 시간이,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이 반짝반짝하게 느껴지고 가만히 있어도 살풋이 미소지어지던 그 시간이.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도 먼저 당신의 손을 놓아버리고는
당신에게 멀어지지 말아달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지요.
당시의 나는 그렇게도 어리고 순진하고 어리석었나봅니다.
당신이 느꼈을 그 아픔들과 고통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내 감정을 위해 그렇게 일방적인 요구를 했었나봅니다.
시간이 지나고 당신에게도 당신의 아픔을 다독여줄 훨씬 좋은 사람이 곁에 있게 되었고
나는 당신에게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지워버리라는 요구를 했었지요.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이제 흘려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감정이었기에
당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그 분을 위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했습니다.
나는 정말 구제할 수 없을 정도의 바보이자 오만한 사람인 것 같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했던 두 번째 요구는 잘 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당신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 계절이 다가오면 그렇게도 그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변덕스럽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는 바보라서 미안합니다.
차가운 밤 공기를 마주하며 이 편지를 흘려보내고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당신의 삶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