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12. 10. 24. 00:36

 

 

  지금의 나는 감사하며, 웃으며 지내던 그 때의 나와는 뭔가 다른 사람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의 폭이 좁아졌고, 감사하는 것 보다는 짜증을 더 잘 내는 사람이 되었으며

  누군가의 감정에 쉽게 동요하지 않고, 거짓 웃음과 목소리를 지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그 '상냥하고 따뜻했던' 그 사람은 여기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계절이 다가올 때면 그렇게나 짧았던 그 시간이 그립네요.

  나를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해 주었던 그 시간이,

  밤새워 당신과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었던 그 시간이,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이 반짝반짝하게 느껴지고 가만히 있어도 살풋이 미소지어지던 그 시간이.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도 먼저 당신의 손을 놓아버리고는 

  당신에게 멀어지지 말아달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지요.

  당시의 나는 그렇게도 어리고 순진하고 어리석었나봅니다.

  당신이 느꼈을 그 아픔들과 고통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내 감정을 위해 그렇게 일방적인 요구를 했었나봅니다.

 

  시간이 지나고 당신에게도 당신의 아픔을 다독여줄 훨씬 좋은 사람이 곁에 있게 되었고

  나는 당신에게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지워버리라는 요구를 했었지요.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이제 흘려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감정이었기에

  당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그 분을 위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했습니다.

 

  나는 정말 구제할 수 없을 정도의 바보이자 오만한 사람인 것 같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했던 두 번째 요구는 잘 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당신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 계절이 다가오면 그렇게도 그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변덕스럽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는 바보라서 미안합니다.

 

  차가운 밤 공기를 마주하며 이 편지를 흘려보내고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당신의 삶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해봅니다.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12. 8. 14. 15:45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는데 갑자기 고등학교시절이 떠올랐다.

교실에서 급식을 맛나게 먹고 한 손엔 치약을 짜올린 칫솔을, 한 손엔 빈 식판을 들고 수돗가로 내려가던 그 때의 기억이...(수돗가 옆에 잔반을 모으는 통과 식판을 두는 곳이 있었더랬다.)

수돗가에서 하얀 거품을 입가에 묻히고 뭐가 그리도 좋았는지 서로 낄낄거리고 웃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신기하게도 입을 열지 않고 움움거리며 대화를 하기도 했었다.

양치 후에는 점심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친구들과 산책을 하기도 했던 그 기억이 왜 갑자기 떠올랐을까?

우중충한 날씨지만, 잠시 찾아온 추억 덕분에 웃을 수 있어서 참 기분 좋은 오후다.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