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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5 새끼 고양이에게. (2)
하루이야기2009. 3. 25. 00:13


 3월 말인데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옷을 몇 겹이나 겹쳐입고서도 추웠던 오늘 오후.
 근처 인쇄소에 맡겨야 할 것이 있어 선생님 한 분과 룰루랄라거리며 길을 가고 있었다.

 언뜻 차 아래에 작은 생물이 움직이는 것이 보여 "고양이!"라고 외치면서(?)
 그 앞으로 종종종 달려갔더니 내 손만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야옹거리고 있었다. 

 길 고양이들과 마주치면 언제나 인사를 하고 지나가지만, 가까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없이
 그냥 웅크리고 앉아 손을 내밀고는 "이리와~"라고 했더니 발랄하게 달려오는 노랑이. 

 아직 새끼고양이라 함부로 쓰다듬어도 되는 것인가에 관해 걱정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었는데 왠지 그 녀석은 기분 좋은 듯 갸릉거리다가 불현듯 
 따뜻한 코트-웅크리고 앉아 공간이 생긴- 속으로 쏙 들어왔다. (......) 

 그 자세로 꼼짝도 못하게 된 나는 "얘야 이러면 안되잖니."라고 말하다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새끼 손가락에 조금 묻혀서 노랑이 앞에 내밀어보았다.  
 녀석은 의심하지도 않고 손가락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낼름거리며 먹다가 
 나중에는 손가락을 살짝 살짝 깨물어가면서 맛있게 먹더라. 
 순간 꾹꾹이를 하듯이 허공을 휘젓고 있는 앞 발을 보니 찡한 마음이 들었지만, 
 심부름을 가는 길이라 "이제 그만~"이라고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한 20분 쯤 지나 인쇄소에서 출력된 것까지 받아 그 길을 되돌아오는데
 아까 그 자리에서 여전히 놀고 있는 녀석을 발견.

 큰 길가인데다, 인도 위에도 차를 대는 위험한 곳인데도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홀로
 두고 왔다는 사실에 더하여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너무 쓰다듬어서 어미가 못알아보면
 어떡하나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던지라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폴짝 거리며
 있던 녀석을 보자 반가움과 함께 왠지 모를 걱정으로 "아가!"라고 작게 소리내어 말했건만.

 이 녀석은 나를 알아본 것인지 반갑게 달려와 내 발치를 빙글 빙글 돌다가 바지와 코트를
 부여잡고 위로 올라오려고 난리법석. 

 아아아아아아아아....

 '에라 모르겠다'하고 데려오기에는 키울 자신도, 상황도 안되는지라 곤란하고 
 그냥 내버려두기에도 걱정되고,
 그렇다고 근처에 맡길 만한 동물병원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 녀석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바지를 박박 긁어대며
 순진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날은 춥고, 어미는 안보이고, 계속해서 녀석을 바라보다보니 언제 어쩌다 그랬는지
 귀 한 쪽은 조금 짧아져있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녀석과 눈을 맞추고 쓰다듬으면서 미안하다고.
 상황이 안되서 데려가지 못하겠노라고.
 부디 사람 조심, 차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일부러 돌아보지 않고 두고 갔더니 
 같이 있던 선생님 曰, 녀석이 그 자리에서 그냥 등을 돌리고 앉아 있더란다.


 사람 무서워할 줄 모르는 그 아기 고양이때문에 돌아와서도 
 벌써 10시간째 걱정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중부지방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네? 
 아악, 이를 어쩌나. 
 추운데 어떻게 버티려나. 
 아이고, 이를 어째. 
 괜히 나 때문에 어미가 못알아보면 어쩌지?
 거기 큼직하게 구멍 난 하수구에 발을 헛디디면 어떡하지?
 만에 하나 차가 녀석을 미처 못보면 어떡하지?
 나쁜 사람이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너무도 걱정이 된다. 
 어미 고양이와 잘 만나서 건강하게 잘 살든지,
 좋은 사람을 만나서 따뜻한 집에서 건강하게 사랑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수 밖에.


  아가, 건강하렴.
  넌 명랑하고 예뻐서 어디서든 사랑받을거야.
  그리고 추운데 널 홀로 내버려둬서 미안해.
  건강하렴. 행복하렴.


Posted by 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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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움짤은 없고 성인용 배너가;
    이런게 낚시군요

    2009.06.27 23: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