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0.15 신용카드의 이점? 4
  2. 2007.09.03 쉽게 단정짓지 말아주세요.
하루이야기2008. 10. 15. 01:27


  요즘 이상하게 신용카드를 권유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아, 전화 뿐만이 아니구나.

  하루는 수업들으러 총총거리며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는
  "고객님~ 이번에 좋은 포인트 카드가 나왔어요~"라고 운을 띄우고 뭐라 뭐라 막 설명을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신용카드인 듯 싶어서,
  "저, 그런데 그거 신용카드죠?" 라고 했더니 "네, 고객님~"이라고 대답.
  짧게 한 숨을 쉬고는 "아직 일정한 수입이 없는 학생이라 신용카드는 못만들어요."라고 했더니
  조용히 "알겠습니다."하고 끊어주셔서 참 다행이었다랄까.

  보통 그렇게 이야기한다 해도 "아, 고객님~ 그래도 이렇고 이래서 만들어 두시면 참 좋아요~"
  라며 전화를 끊지 않는 분들도 계시는지라 종종 분노지수가 마구 상승하기도 하는데
  큰 소리 내지 않고 서로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통화가 끝나니 어찌나 좋은지. (......)
  사실, 옛날에는 그런 전화가 오면 "아, 필요없습니다."하고 먼저 끊어버렸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언제부터인가 조곤조곤 거절 사유를 설명하게 되었다.
  그 쪽 입장에서 보면, 조금 기분은 나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아,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고
  냉정하게 잘라버리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입도 덜 아파서 좋을 수도 있겠으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차갑게 잘라버리면
  은근히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야기가 조금 어긋났는데, 며칠 전에는 통장이월을 하러 은행에 갔더니 이것 저것 해 주시고는
  "고객님, 지금 쓰시는 체크카드보다 훨씬 좋은 카드로 바꾸시는 게 어때요?"라며 설명을 시작.
  처음에 들을 때는 '아, 같은 체크카드인데 혜택이 조금 더 많은 것인가 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더니, 무이자 할부·현금 서비스 기능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야 신용카드임을 깨닫고
  필요없다고 거절. 하지만, 붙잡고 "이런 좋은 기회를 왜 놓치려 하시나요? (블라블라)"......
  "말이 좋아 신용카드지, 사실 따지고 보면 다 빚이잖아요? 저는 앞으로도 웬만하면 신용카드는
  안 만들 생각이거든요."라고 자르려고 하니 행원언니 曰, "어머~ 신용카드를 안 만들겠다구요?
  말도 안 돼. 만들어야죠." 라며 한 바탕 설명을 쏟아놓으려는 눈치.
  얼른 통장과 도장을 챙겨 "아, 그냥 별로 생각이 없네요."라고 하고는 도망치듯
  은행을 빠져나왔는데, 생각할 수록 화가 나는 것이……. (한숨)

  

  우리 가족은 신용카드를 굉장히 싫어한다.
  아버지께서는 집으로 날아오는 각종 카드들을 가위로 자르시면서 아직 어린 나와 동생에게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다.
  "신용카드라는 것은 결국에는 다 빚이란다.
  무이자네 뭐네, 할부로 하면 절약이 되네 어쩌네 해도 다달이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은
  좋지 않아. 오히려 꼭 돈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한 푼 두 푼 모아 그 것으로
  한 번에 끝내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니? 결과적으로 그 달에 지출은 조금 많아지더라도
  그 다음 달 부터는 다시 모아서 +로 만들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빚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은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잖니."
  나는 그나마 포인트 (적립) 카드 등은 쓰는 편이라 우리 가족 중에서 카드가
  제일 많은 사람이지만,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아서 그런 것인지
  나도 신용카드라면 질색을 한다. 

  물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 따른 이점이 있다는 것도 인정을 한다.
  당장 현금이 없을 경우, 현금서비스를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거나
  부담스러운 지출을 해야 할 경우 나누어 낼 수 있다는 점,
  각종 제휴사와 연계되어있어서 할인의 혜택이 많다는 점 등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현재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다는데
  굳이 싫다는 사람을 붙잡아가면서 그렇게 강권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몇 번 했던 말이긴 하지만,
  제발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틀렸다고 하거나 이상하다고 판단하지 않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도 이해하고, 감쌀 수 있는 포용력있는 사람이고프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9. 3. 23:45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왕국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겠지만
그 나라에도 어떠한 기준이 있고, 규칙이 있고, 우선 순위가 있답니다.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이나 규범 외에 그 나라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규칙들.
그것을 정하는 것은 그 왕국의 주인인 자신에게 달려있어요.

  그 규칙은 평생동안 흔들림없이 자리하기도하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면서 그 나라를
지탱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아, 물론 그 규칙들이 항상 바르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판단하에 제정 혹은 개정된 것이므로 그것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행동은 삼가해야 해요. 그것이 당신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명백히 잘못일 경우에는 권고를 통해
그가 조정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도 아닌데 공연히 그것을 부정하게 되면
그 나라의 주인이 취할 수 있는 반응 중에는 조금은 공격적인 대응도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래요, 그 규칙이라는 것은 한 인간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물 부터 마셔야 한다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에는 팔을
파닥이며 내려가야한다던가 하는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행동부터 평생 동안 보증은
서지 않겠다는 결심과 같은 일까지 그 규칙은 소소해보여도 그 사람을 움직이는데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죠.

  그리고 타인이 보았을 때에는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것 처럼 보이는 그 규칙들 안에도
우선 순위가 존재해요.
법률에도 최상위 법인 헌법이 있듯이. 법률 뒤에 명령, 규칙, 조례가 뒤따르듯이.


  타인이 그 규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언짢게 여겨지는 것 처럼 그 순위에 대해서
무어라 훈수를 두는 것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쾌한 일이 될 수도 있답니다.


  글쎄요. 괜히 과민하게 여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특별한
기준 없이 쌓아놓은 물건들로 보여도 사실은 정리해놓은 것을 자신의 잣대로만 판단하고
'잘됐네, 못됐네'라고 하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요?


  조심스레 말씀드릴게요. 단정짓기에 앞서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아마도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게 될거예요.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