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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05 식목일
몽상 혹은 망상2007. 4. 5. 20:26

  4월 5일은 식목일.
그리고 덧붙여 재작년까지는 공휴일이었다.


  국민학교 시절(중간에 초등학교로 바뀌긴 했지만),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얼마 안되는 용돈을 가지고 꽃가게에서 꽃 씨를 사서 집 앞 화단에 뿌리거나
뒷산에 친구들과 함께 올라가 햇볕이 잘 드는 땅에다 씨를 묻고 토닥거리며 "잘 자라렴."
이라고 중얼거리던 기억이 난다. -그래, 그렇게 웅크리고 씨를 심고 나서는 괜히 느껴지는
뿌듯함에 허리를 펴면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더랬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식목일은 그저 공휴일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모처럼의 휴일을 만끽하며 놀러다니거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식목일이건
나무건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노는 날 중의 하루였던 식목일이었건만, 대학에 입학한 첫 해부터는
왠지 다르게 와 닿았다. 집을 떠나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다른 것에 신경쓸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목일에 나무를
심지는 못하더라도 내 주변에 식물을 하나 두는 것 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주섬주섬 근처의 화원에 가서 이런 저런 화분을 둘러보다가 가장 싱그러워보이는
화분을 하나 사서 이름을 붙여주고는 마치 그 화분이 친구라도 되는 양, 다른 이에게는
하지 못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냈었다. 방학이 되어 친구에게 그 화분을
맡겼다가 이유를 알 수 없이 한 주만에 죽어버리기 전까지는.

  어찌되었건 그 일 이후로 이런 저런 식물들을 키워보기는 했지만, 내 마음대로
잘 자라지는 않더라. 그렇게 내 곁에 왔다가 사라져버린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내 가슴 속에는 그들에 대한 추억이 살아있으니 괜찮지 않은가'라고 애써 자위하며
또 화분을 하나 방에 가져다 둔다.


  정말 무럭 무럭 자라나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멋진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나무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