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해당되는 글 40건

  1. 2008.10.01 10월 1일. 국군의 날 4
  2. 2008.08.28 광안리, 광안대교. 4
  3. 2008.08.03 Mist, Misty... 4
  4. 2008.07.31 추회(追懷)
  5. 2008.04.07 2008년 4월 6일. 반가운 친구와의 만남. 5
  6. 2008.04.03 Brummen..
  7. 2008.03.29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4
  8. 2008.02.24 찬란한 어느 오후...
  9. 2008.02.23 그리움 한 조각. 2
  10. 2008.02.19 뒤늦은 태종대 산책이야기. 6
  11. 2008.02.16 피아노에 대한 단상. 8
  12. 2008.02.12 재회.
  13. 2008.01.26 반칙.
  14. 2008.01.26 그리움.
  15. 2008.01.14 시험, 시련 2
들어볼래요?2008. 10. 1. 13:36



  10월 1일은 국군의 날입니다.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옛날(한 10여년 전?)에는
10월 1일도 빨간 날이었지요. TV에서는 국군의 날 관련 행사를 하고, 아직 어린 꼬맹이들은
그저 학교에 안가는 날이라고 좋아하며 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몇 년간 '10월 1일'이라고 하면, '아, 그래. 국군의 날이지.'하고 어렴풋하게 떠올리기만 했는데,
올해 2008년 10월 1일은 조금 특별한 날인 듯 합니다.

  어머니의 음력 생신인데다 제 동생이 입대한지 딱 100일 되는 날이니까요.

  (동생이 입대한 날부터 그렇게 100일 휴가를 기다렸는데, 다음 달에나 첫 휴가를 받는다네요.
  그 100일이 그 100일이 아닌 것인가요? [울먹])


  조금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8. 8. 28. 20:57


  부산에 가면 늘 의식처럼 들르는 태종대를 이번에는 가지 않고 (아흑-)
  친구와 광안리에서 만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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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이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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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성미 급한 달이 하얗게 떠있는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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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 앉아있는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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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 불켜진 광안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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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흔들리긴 했지만, 흔들린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에요. :D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보냈던 한 여름 밤이었어요.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8. 3. 02:36



 


  " 저 뽀얀 안개를 좀 보라지.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까.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지 않아? "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7. 31. 01:40


  어디있니?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니?
  건강하게 잘 있니?
  보고싶어도 연락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네가 보고싶구나.
 
  보고싶어.......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4. 7. 11:19


  저녁즈음, 오랜만에 S양을 만났다.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햇수로)9년째.
  과는 다르지만, 서클활동을 하며 마음이 맞아 친해졌었던 나의 친구.
  오랜만에 보는 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귀여웠다.
  함께 웃으며 식사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리 저리 가게를 기웃거리며 구경도 하고.
  그러다보니 별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만 같은 시간이라
  아쉬워하며 지하철역까지 가다가 왠지 아쉬운 마음에 걷기로 마음먹었다.

  걸으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와하하하" 웃으며 맞장구도 치고 있는데
  맑던 하늘에서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라.
  마침 커다란 우산을 들고 갔기에 (비가 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우산, 괜히 들고 왔네~
  비 안오겠는걸?', '아냐아냐, 비 안오면 지팡이로 쓰면 돼.' 하며 키득렸더랬다.)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데, 좀 더 가다보니 애매한 위치.

  " 음, 아쉽다. 어떡하지?"
  " 다리, 그냥 걸어서 넘어갈까?"
  " 나야 숄까지 걸쳤으니까 괜찮은데, 넌 춥지 않겠어?"
  " 에? 하나도 안추운데? 괜찮아."
  " 흠.. 그럼 걸을까? 헤헷~ "


  비 내리는 양화대교.
  길가에 소담하게 핀 벚꽃과 개나리.
  우산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검게 일렁이는 강물과 저 멀리에 있는 건물들의 풍경.
  그리고 소중한 내 친구.
  
  차가 지나가는 소리, 강물이 내는 소리, 비가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가 꽤 컸지만,
  찰박찰박하는 발소리와 친구의 목소리가 더 귀에 와닿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였을까.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여기까지'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즐겁고, 반가운, 멋진 시간이었다.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4. 3. 00:38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지가 비에 젖는 것이 싫어서
  짧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어두운 하늘.
  바람이 꽤 차서 몸을 움츠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갔다.
  눈 앞에서 지나가버리는 버스를 보며 한 정류장을 더 걸어가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
  다리를 건너는데 차가 막힌다.
  초조한 마음에 시계만 쳐다보다 겨우 늦지않게 도착.
  오늘은 교수님께서 티타임을 갖자고 하셨기에 학교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간다.
  차를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느새 1시간이 흘러가버려 남는 시간동안
  도서관에서 시간을 죽이다 수업을 듣고 집에 빨리 가버리자고 마음먹는다.
  어두운 하늘. 어두운 하늘.
  어두운 하늘과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 그리고 차가운 공기.
  울증이 치민다. 답답하다.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실수들까지 발목을 잡으며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나를 이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 이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아냐, 아직은. 아직까지는 견딜 수 있어.'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린다.
  흐느끼듯 내쉬는 숨소리에 자신을 다독이고는 걷기 시작한다.

  '그래, 음악이 필요해.'

  주섬주섬 이어폰을 찾아 귀에 끼우고 음악을 들으며 속도를 맞춘다.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이 외려 마음 한 구석을 시원하게 해 준다.

  '걷자.'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들리는대로 흥얼거리다 사람이 나타나면 소리를 줄이고
  다시 조금 멀어졌다싶으면 좀 더 편하게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눈 앞에 다리가 나타났다.

  '부족해. 하지만.. 아냐, 괜찮을거야.'

  차갑게 몰아치는 바람에 머리가 날리고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찰랑거리는 강물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걷고, 또 걸어본다.

  ' 그 어느 날도 이 길을 걸었지.
    그 날도 이처럼 답답했더랬지.
    하지만, 그 날에는 혼자가 아니었었지.'

  건너편이 가까워지자, 누군가 듣건 말건 제멋대로 노래 한 곡을 빠르게 부르고는
  다시 낮게 노래를 읊조리며, 흥얼거리며 걷는다.
 
  다리를 건너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별안간 피로가 몰려온다.
  다행히 정신적이 아닌 육체적인.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는 그대로 바닥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요기를 하고, 소중한 이와 통화를 하고 나서
  잠들어있는 동안 온 메세지를 확인하니
  지도교수님의 호출.
  이미 말씀하신 시간은 지나버렸는데다가
  집에 와버렸는데 다시 학교까지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
  결례임을 알면서도 죄송하다는 내용의 메세지만 보내고
  다시 멍하게 누워있었다.

  이런 의미인가.
  이런 의미였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이 걷힌지는 꽤 되었는데
  이 마음의 구름은 언제쯤 걷히려나.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3. 29. 20:24


  낮에 외사촌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군에 입대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다음 달이면 상병이란다.
  (동생입장에서 보면 '벌써'라는 말이 서운했겠지만, 정말 '벌써!?'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미안-)

  외가 쪽 서열(?)로 치면 내가 첫번째이다보니 어릴 적, 외가에 놀러가 안방에 앉아있으면
  뒤로 줄줄이 7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졸졸 따라와 안방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어른들께서 시끄러우니 아이들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씀하시면,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요!'라고 항의하다 결국 홀로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옮기면
  와글와글 떠들던 아이들이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 나를 따라 졸졸졸.
  그러다 화장실 가는데도 쫓아와 화장실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며 놀던 아이들이
  벌써 저렇게 컸다는 걸 생각하면 뭐랄까, 대견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그래도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것은 연장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일까?)
  어쨌건 그냥 '누나~ 노올자~'라고 하던 아이들이 이제 '누나, ~했어요.', '누나~, ~하셨어요?'
  라는 식으로 높임말을 쓰니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도 귀엽기도 하고 그렇더라.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무섭도록 변해가는 세상에 비해
  나 자신은 왜 이리도 발전이 없어보이는걸까.
  예전의 그 자신만만하고 꿈이 가득하던 시절의 나는 어디로가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어중간한 사람 하나만 남아있는 듯.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2. 24. 18:22


  햇볕이 따뜻하고 밝게 비추이던 오후,
  볕이 잘 드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어렸습니다.

  이렇게 햇살이 찬란하게 세상을 감싸고 있는데,
  언 몸을 녹여주려는 듯 포근하게 품어주고 있는데,
  눈 앞이 부옇게 흐려지더니 이내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네요.

  눈부시게 아름답던 어느 오후,
  푸근한 볕에 기대어 그저 그렇게 잠들고 싶던 오후였어요.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2. 23. 03:01


  벌써 일년이 넘었네요.
  울고 싶을 때도, 웃고 싶을 때도 늘 거기, 그자리에 있을 것 같던 나의 첫번째 보금자리.
  그 보금자리를 잃게 된 지...

  온블록.
  어름어름한 달빛 창가에 있던 나의 보금자리.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새삼 그 곳이 그리운 밤이네요.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8. 2. 19. 00:38



  부산에 내려갈 때 마다 마치 의식처럼 태종대에 가 바다를 보고 오곤 합니다.
  한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어느 겨울, 태종대에서 살을 에는 듯한 바다 바람을 한 번 쐬고 나서
  '그날의 바람이 필요해'라고 중얼거리며 계속 찾게 되더라구요.

  이번에는 감기에 걸려 골골거리면서도 연휴기간에 훌쩍 다녀왔답니다.
  걱정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점심 먹은 후 느긋하게 출발했더니
  멋진 풍경이 반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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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빛나는 바다.


  때가 때이니만큼 가족이 모두 모여 산책을 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이더군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온 꼬마 아가씨도, 아장 아장 걸어다니는 아가들도..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힘들텐데도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어요.

  그렇게 사람도 구경하고, 경치도 감상하며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등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려는 듯 주변에 붉은 기가 맴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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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망부석을 바라보며..


  태종대를 반 정도 둘러보았으니 남은 반도 마저 보아야 할 것 같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어둑어둑한 길을 홀로 걸어내려오려니 괜히 겁이 나서 올라갔던 길로
  도로 내려오기로 결심했어요.  

  등대에 서서 다음에 또 오겠다고 중얼거린 다음 되돌아오는 길.
  출구에 거의 다 와갈 때 즈음, 수평선 너머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해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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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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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정말이지 올 때 마다 늘 그자리에서 반겨주는 태종대가 새삼 그리워지네요.
  또 봐요.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2. 16. 14:17



  피아노.
  유치원을 다닐 나이쯤 되었을까, 친한 친구와 한참을 놀고 있다가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가야한다며 가방을 가지고 가는 그 뒷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던 아이는 결국 엄마를 졸라
피아노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피아노 의자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 조차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손가락을 움직여 건반을 눌렀을 때 퍼져나오던 그 울림이 좋아서,
친구와 함께 학원을 간다는 사실이 좋아서 신이나 있었다. 그렇게 피아노 학원을 가는 것이
마냥 즐겁던 무렵, 어느날부터인지 아이의 눈에 원장선생님 방에 있는 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들어왔다.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너무도 예쁘고 멋진 피아노!
왠지 햇빛도 그 피아노를 향해 비추이는 것 같은 환상을 보고난 이후에 아이는
단순한 손가락 연습이라해도 다른 선생님보다 원장선생님께 레슨받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게 되었다. 아마 원장선생님께 받는 레슨이라서가 아니라 그 예쁜 그랜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랜드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그 작은 가슴이 콩닥거리고 피아노의 소리가 더 예쁘게 느껴져 마법에라도 걸린 것만 같았다.
 

  정기연주회.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주관하는 연주회를 위해 열심히 연습해서 악보를 외우고,
외우고 외우다 안외워져서 속상해하기도 하며 준비한 곡을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던 그 날. 공주님 같은 하얀 공단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홀로 주인공이 되어 한 곡을 끝내고 내려올 때 아이의 두 볼은 발갛게 상기되어 후끈거렸다.
설렘과 성취감, 만족감 등등 벅차오르는 감정들. 그 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아이는 온 몸이
붕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위해 피아노를 장만해주셨다.
  '나의 피아노!'
나뭇결이 살아있는 그 갈색의 피아노는 아이의 부름에 학원에 있는 그 어떤 피아노보다도
예쁜 소리로 응답해 주었고, 아이는 그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보는 악보, 엄격한 레슨,
지루한 연습의 단계가 끝나고 한 곡이 완성되면 또 다음 곡으로.
 그 이후, 몇 번의 콩쿨에 나가기도 했지만 피아노를 치며 느끼던 그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피아노학원을 가는 것이 마치 의무인 양 느껴져 지루하다 생각했던 그 때,
소녀는 피아노학원을 그만두었다. 책의 진도에 맞춰, 선생님이 택한 곡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곡을 치고 싶다는 오만함을 이기지 못한 것이리라.

  그렇게 레슨을 받는 것은 그만두었지만, 피아노의 소리를 참 좋아했던 소녀는
학교를 다녀와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곧잘 피아노를 치곤 했다. 슬픈 일이 있을 때에도,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피아노는 소녀와 시간을 함께했고, 소녀의 신실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래,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피아노를 치는 것에 구애됨은 없었다.

  어느덧 소녀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소녀에게는 피아노를 칠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새벽 6시 20분이면 나가서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 피아노 건반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뚜껑을 쓰다듬거나 덮개 위에 볼을 대고 기대며 피아노와 교감하던 소녀는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간절함에 못이겨 학교 음악선생님께 찾아가 음악실이 비는 시간에
잠깐 피아노를 쳐도 되냐고 물었고, 평소 소녀를 예쁘게 봐 주시던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다.
그렇게 소녀는 그 시절 또한 피아노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었다.



  헤어짐.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어 피아노와 떨어져지낸지도 벌써 5년째.
방학 때라거나 가끔 본가에 가게 되면 하루에 3~4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있지만,
피아노와 멀어지면 느껴지는 그 간절함과 애절함이 그에 대한 사랑을 점점 더 크게 만드는 것 같다.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실력도 아니고, 어디가서 잘 친다는 이야기를 듣기에도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부족하기만 하지만, 피아노는 언제 생각해도 참 고마운,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이다.


  며칠 전 내가 집에 다녀온 이후부터 어머니께서 남동생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신다. 나의 부재기간 중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던 녀석이 이제 어머니와 남동생으로 인해 즐겁게 노래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기쁨에 눈물이 난다. 그래, 신나게 노래하렴. 고마운 나의 친구여.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2. 12. 21:34



  아픔과 그리움에 가슴을 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대를 만나러 갑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보는 거리,
  처음 와 본 도시.

  하지만 그대 향한 그리움만으로
  낯설음은 뒤로 한 채 당당히 걸음을 옮겨봅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금만 더 가면 그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또 한 걸음.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록
  숨은 가빠오고
  심장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기약도 없이 불쑥 나타나서는 무어라 해야할는지,
  만나게 되면 어쩌나, 못 만나면 어쩌나
  머릿 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망설임으로 인해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점차 힘겨워 질 때,
  그 자리에 우뚝 서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걸음을 옮겨봅니다.


  그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 다다랐을 때,
  무작정 찾아와 주위를 둘러본다 하여도 그대가 보일 리 없다는걸 알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그저 그대에게 건넬 쪽지를 남겨두고
  자조하며 돌아섭니다.

  보고싶다는 말, 그립다는 말, 잘 지내냐는 말.
  그대를 보며 몇 번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말들을
  그 작은 종잇조각에 담아놓고 돌아서는 이 마음을 그대는 알까요.

  맺히는 눈물을 삼키며, 솟아오르는 신음을 애써 눌러담고
  어쩌면 그대와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인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달래며
  돌아가는 그 길은
  그대를 만나러 가던 그 길과 같음이 분명한데도 더없이 짧게 느껴집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 하여도
  내 마음을 전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는 안도감때문일까요.
  알 수 없는 평안함과 이러 저러한 감정이 뒤섞여
  온 몸이 나른해집니다.

  그렇게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떴을 때,
  그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1. 26. 23:56


  어찌하오리이까.
  나 그리움에 사무쳐
  애써 닫아건 그대의 문에 부딪치나이다.

  내가 부딪쳐 피를 흘릴 때에
  그대는 문 뒤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부딪치고 부딪쳐 그 문을 열려 하나이다.

  가슴이 슬픔으로 미어져도
  내 온 몸이 찢겨져도
  나 부딪치고 부딪쳐 그 문을 열려 하나이다.

  열릴 리 없음을 알면서도
  그대가 걸어놓은 그 문이 얼마나 크고 두터운 줄 알면서도
  흔들고 흔들어
  부딪치고 부딪치면
  혹시나 그대가 열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피를 흘리며 부딪치고 부딪치나이다.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1. 26. 22:23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밭에서
행복함을 느끼며 뒹굴다보니
어느새 옷에 꽃물이 들었습니다.

향긋하고 아름다운 꽃.
그것과 함께하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제 내 곁에 남은 것은
옅게 감싸는 꽃내음과
여기 저기 발갛게 물든 꽃의 흔적 뿐입니다.

지우려해도
지우려해도
너무도 진하게 배어버린 꽃물.

지울 수 없음에도 그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기에
그 꽃물을 바라보며
오늘도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1. 14. 02:08


  자는 동안에는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자리에 누워서 잠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두세시간을 괴로워하며 신음하다
  겨우 겨우 잠들었다싶으면
  다시 일어나야 할 시간.

  하루 하루가, 한 순간 한 순간이
  이토록 아플줄은 몰랐어.

  바라건대
  넌, 이렇게 아파하지 않기를.
  넌,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지 않기를.
 
  욕심이 많아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