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10. 7. 21. 23:50


  난 고향에 있는데 향수병 비슷한 것에 시달리는 건 뭐란 말인가.
  단조롭게 돌아가는 일상에 치여 내 속에 있던 어떤 것들을 소모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숨을 쉬고 있고, 움직이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지만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래를 불러보아도 위로가 되지 않고,
  멍하게 앉아 있다가 공상에 빠지기도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 현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그냥 푸념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8. 11. 00:08


  월요일. 평소와 같이 모두 함께 청소를 하고, J선생님께서 가져다주신 에어컨 청소용 스프레이로 에어컨을 청소하려고 뚜껑(!?)을 열어 필터를 꺼내보니 푹신푹신한 먼지가 한가득♥

  '이래서 에어컨을 틀 때마다 콧물과 재채기가 멈추지 않았던 것인가'하고 생각하며 우리들 중 가장 막내이자 튼튼하고 자기 입으로 입맛이 없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며 아픈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먹성이 좋은 누구씨가(그간 맺힌 것이 많았...) 필터와 솔을 들고 터벅터벅 실외로 나가서 그 푹신 푹신하고 검은 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그렇게 필터와 냉각기를 청소한 다음 에어컨을 돌리니 한결 숨쉬기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상큼하게 시작한 하루는 그분의 출연으로 인하여 삐그덕거리더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는, 그리고 나도 그분과 함께 다른 일을 하다가 나와보니 아직 처리되지 않은 일이었기에 늦었지만 분주하게 그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그분께서는 어떻게 보면 깜빡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을 문제삼아 뭐라뭐라 종알대셔서 스트레스 지수가 살짝 올라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맛있지는 않고 오늘따라 정말 맵게 음식을 해주는 바람에 밥을 먹고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물을 먹고 배가 불러 속이 울렁거릴 지경인지라 겨우겨우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돌아와보니 오랜만에 친히 방문해주신 또 다른 그분께서 반말로 뭐라뭐라하시는 바람에 스트레스 지수가 좀 더 상승.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신 분이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 지정하려고 하는 그 모습에 스트레스가 아슬아슬한 수위에 도달★

  누가 건드리면 어떤 반응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상태(아하하하그래당신은세상에서당신이제일잘났지아하하하그럼나는뭐냐매일말하는그스피릿이그따구냐아하하하하하하)에서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뒷 방으로 몸을 하여 공중에 대고 지르기를 몇 번 했더니 좀 나아지더라. (사무실에 전용 샌드백이라도 갖다 놓아야 하려나.)

  어쨌건, 8월 10일은 참 더운 날이었다.

  오늘은 모쪼록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22. 21:51


  네, 보았습니다. 

  오전에 갑자기 주위가 컴컴한 듯한 느낌이 들어 '비가 오려나..'하고 있다가 
  L변호사님이 "그러고보니 오늘 개기일식이라던데!"라고 말씀하셔서 뒤늦게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하늘에는 동그랗고 뽀얀(?) 해가 떠 있었습니다.

  '아직 시작이 아닌가?'하고 있다가 다른 선생님이 "꺄악! 일식이다!"라고 하셔서
  냉큼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이 웬 초승달같은 모양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스스스스스스슥- 하고 다시 동그란 모양으로 변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 것 같은데(그 근거로 우리 J선생님께서
  개기일식이라는 말에 얼른 뛰어가 선글라스를 가져 오셨습니다만 그땐 이미
  일식이 끝났더랬지요) 집에 와서 인터넷을 끄적거리는데 꽤 오랜시간동안
  일식이 있었나보더라구요. (???)

  분명히 10시 30분이 조금 안된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개기일식을 보았어요.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8. 8. 28. 20:57


  부산에 가면 늘 의식처럼 들르는 태종대를 이번에는 가지 않고 (아흑-)
  친구와 광안리에서 만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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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이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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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성미 급한 달이 하얗게 떠있는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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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 앉아있는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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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 불켜진 광안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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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흔들리긴 했지만, 흔들린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에요. :D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보냈던 한 여름 밤이었어요.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8. 14. 19:37


  10일에 외가댁으로 갔다가 다음날 부산으로 왔답니다.
  오고 나서 컴퓨터 근처에도 못오고 눈치만 보다가 이제서야 근황을 알립니다. 아하하. (......)

  외가댁에 가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우리 예쁜 똘이도 오랜만에 보고
  봉숭아물도 다시 들이고 하면서 노는데 얼마 안있어서 부산으로 돌아오게되어 아쉬웠어요.
  [훌쩍]

  부산에 와서는 늘 그렇듯 신데렐라놀이도 하고(......)
  뒹굴거리며 먹고 자고를 반복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으히히,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구요~
  또 근황 올리겠습니다.
  행복한 밤 보내시어요~ :D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8. 6. 13:20


  으으윽-
  나가야 하는데 나가기가 왜 이리도 싫을까.
  준비는 다 해 놓았으니 일어나기만 하면 되는데에에에에-
  밖에 햇빛이 쨍쨍하니 문 밖 나서기가 두렵다.
  후욱- 후욱-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8. 8. 1. 00:51


  비가 오락가락, 햇빛이 비추는 것과는 관계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 비구름 덕분에
  양산을 우산삼아, 우산을 양산삼아 쓰고 다녔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초목이 우거진 궁에 가기로 한 M모씨(?)와 레이디 다니엘(!)은 창덕궁과 창경궁 중
  한 곳에 가려다가 마침 목요일이 자유관람이라 관람료가 펄쩍 뛴 창덕궁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창경궁을 둘러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명정문

창경궁의 입구인 홍화문을 미처 찍지 못하고, 옥천교를 건너 명정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명정문을 찍었습니다. (...)


사실 창경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작고 좁은 궁 이었는지라 많은 기대없이 찾아갔지만,
설명을 듣고 산책하며 보게 된 창경궁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은근히 볼 것 많은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설명을 해 주시는 분을 따라 궁을 한바퀴 돌고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와서
자유롭게 한 번 더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M모씨와 레이디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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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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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명전입니다. 왕비의 침전이지요. 사진은 무단 침입한 괴한(!)이 마치 자신의 집인양 행세하고 있는 통탄할 현장을 잡은 사진입니다. (......)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게 개방해놓은 곳은 통명전밖에 없었는지라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마구 사진을 찍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있다가 혼이 나기도 했답니다.
 
어쨌건 그렇게 궁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종묘(사실 종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 보려면 이곳 저곳 볼 곳이 많다면 많지만, 지친 나머지 그냥 길을 따라
주욱 내려왔답니다. 아, 참! 창경궁과 종묘가 연결되어있어서 창경궁쪽으로건 종묘로
들어오건 입장료 1000원만 있으면 두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어요.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생글])로 연결되어있는 길을 따라 종로 쪽으로 나와
시원한 빙수도 먹으며 남은 오후를 즐겁게 보냈답니다.

애매한 하늘?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해가 질 시간이 아닌데도 하늘빛이 얼핏 얼핏 금빛이더라구요. [덜덜]



무료한 오후, 초록이 가득한 가까운 궁으로 나들이 어떠세요?




후후후, 이제 앞으로 남은 궁은 2개인가! [반짝]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26. 00:09


 여름하면 떠오르는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냉면!
 (사실 냉면이나 아이스크림은 사시사철 맛있지만, 겨울에 먹는 냉면이 진짜 최고![..?!])

 낮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콘이 먹고 싶어서 B스킨R빈스(?)에 갔더랬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진하고 끈적끈적한 초콜릿 아이스크림류가 당기더군요.
 초콜릿으로 선택할까 하다가 그냥 늘 먹는 엄마는 ?계인(?!)이라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콘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한 입 베어무는데,

  [툭- ]

  응?

  [투둑- ]

  어라라?

  [주르륵--- ]

  헉!!  ⊙ Д⊙) !!!!!

  매장을 나서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녹기 시작하는 아이스크림!
  아슬아슬하게 우산을 펴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한 손으로는 가방을 더듬어서 티슈를 꺼내
  흘러내린 것들을 조금 닦아냈는데, 점점 더 수습할 수 없는 속도로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렸습니다.

  "어버버, 으앙, 안돼. 엄마아. 헉! 슈릅- "

  지하철 역사로 들어가 손과 팔에 흐른 아이스크림은 잠시 무시하고 '이건 아닌데'싶은 모습으로
  아이스크림을 마구 먹어치운 다음, 물티슈로 묻은 것들을 닦아냈습니다.

  하필 유동인구도 많은 그런 곳에서 온 추태를 다 보이고 나니 지치더군요.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좋지만, 아주 더운 날에는 들고 다니면서 먹는 것은
  추천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훌쩍]

  하지만 혹시나 그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콘보다는 컵 추천! (......)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22. 22:26


  아침에 본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잔뜩 뿌릴 것 같은 잿빛이었습니다.
  '긴 우산을 들고 갈까, 작은 접이식 우산을 들고 갈까'하다가 그냥 작은 우산 하나를
  손에 잡히는 대로 가방에 집어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흐리다가 군데군데 햇빛이 비치다가, 다시 흐렸다가 맑았다가를 반복하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흔히 호랑이 장가가는 날씨 (혹은 여우비:햇빛이 내리쬐면서
  비가 내리는 현상)가 되는 바람에 머뭇거리며 우산을 펼쳤습니다.

 
아차!!!
이 우산은... 색맹테스트용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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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고 가다가 문득 인증샷을 원하는 분이 계실 것 같아 걸으면서 대충 찍어보았습니다. (칭찬해주세요~ [!?;])




  그랬습니다. 그 것은 지난 5월쯤인가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놀라 학교 앞에서 대충 고른 후
  펼쳐보니 너무나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어 그 후로는 감히 쓰고 다니지 못하던
  바로 그 우산이었습니다.
  (사진이 좀 덜 선명하군요. 실제로 보게 되신다면
  "아니! 이것은 왕왕왕 복고풍이잖아!"라며 놀라실겁니다.[......])

  어찌되었건 오는 듯 마는 듯 한 비였지만, 그래도 괜히 비를 맞기는 싫어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 사람들이 흘끗 흘끗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한 번 바라봐줍니다.
  외국인들이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뭐 어때, 비 맞는 것 보다 낫지. 괜찮아, 괜찮아. 저 사람들은 나를 보는게 아니야.
  응, 내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지만,
  너무도 명확하여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꿋꿋이 우산을 쓰고 당당하게-빠른 속도로- 걸으니 수군거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와하하하핫-! [......]


  나중에는 비가 아예 내리지 않아 고이 접어 가방 속에 다시 넣었지만,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싶을 땐 가끔 활용해야겠어요. (과연;)
  아, 혹시 왕 화려한 색맹테스트용 복고풍 우산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대여해드리.... (!?)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15. 23:28


  덥고 습한 오후.
  하지만, 햇빛이 강하지 않아 '그냥 걸어보자'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의상 컨셉이 한국풍이었는지라(?)
  까맣고 긴 원피스에 흰 볼레로를 입고 머리는 총총 땋아 길게 늘어뜨린 채
  부채를 팔락거리며 걸어다녔는데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더군요. (......)

  어쨌건 그렇게 무작정 한참을 걷다가 조금 발이 아파져서 지하철을 탔는데
  집에 올라오는 길에 또 걸었더니 총 7~8Km를 걸은 셈이더군요.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굳은 살 같은 것이 생겨서
  바닥에 발이 닿는 것이 영 아프네요.
  역시 굽 있는 샌들을 신고 그렇게 걷는 것은 조금 무리였나봐요. 에헷.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14. 23:37


  축축 늘어지게 하는 날씨에 마음도 추욱- 처져 아침부터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꾸물거리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가 만사가 다 귀찮아진 나는 볼 일이 마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멍- 한 상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눈을 감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살짝 흔들거리다
  괜히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당역쯤 왔었을 때, '미친 척 춤을 춰 볼까'하고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잡혀갈 것 같다는
  생각에 - 딱히 누구에게 보여줄 만큼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므로
  결국 막춤일텐데 보여주기는 누구에게 보여주나? 하는 생각이 더 컸다만 -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가락으로만 장단을 맞춰 들썩이다 집 근처 역에 다다라 얼른 내렸다.

  '오늘 소나기가 온다고 해서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구나.
  음, 으으음,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우산 쓰고 갈란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기에 보통 다시 버스로 환승해서 가야하지만,
  기분도 꼬물꼬물한데 집에 가봤자 잠 밖에 더 자겠나 싶어 연녹색 비닐우산을 팡-하고 펴서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햇빛 쨍쨍한 날에 우산을 쓰고 가는 것 만으로도 이미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테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흥얼거리며 흔들흔들 리듬에 맞추어 폴짝폴짝 뛰듯이 걷기도 하고,
  hop hop jump jump~ 정말 뛰기도 하면서 언덕을 올라왔더니 기분이 많이 풀린 듯 했다.

  '집에 가서 얼른 씻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집 근처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왠지 뒷산에 가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풉)
  뭐, 이왕 흘린 땀이니 뒷산에 갔다가 집에 간다해도 바뀔 것은 없겠다 싶어
  뒷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햇볕 내리쬐는 무더운 오후라 사람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등산복을 입고 오르시는 분이 대부분인 그 무리 속에
  연녹색 비닐우산을 쓰고 샌들에 면치마 입고 쭐래쭐래 겁 없이 올라가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좀 우스웠으리라.
  그래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신선놀음하려는 나의 의지는
  얼핏 느껴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길을 따라 걷게 했다.


  점점 나무 그늘이 길에 드리워져 우산을 접고, 타박타박 걸어 물 소리를 따라 올라가니
  어린 아이들은 아예 수영복을 입고 물장구를 치며 있었고
  어른들도 신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근 채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시더라.

  그늘이 있는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가서 첨벙- 하고 발을 담그고 앉으니
  온 몸이 시원해지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이 '이것이야 말로 신선놀음이 아닌가'싶더라.

  올라오는 길에 딴 봉숭아 이파리로 새끼 손톱에 물을 들이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발이 간질간질하다.
  무엇인가 하고 보니 버들치가 발 주위에 와서 '먹인가'하여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고 있다.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르고 장난끼가 발동해서 발가락을 꼬물거리니
  이 녀석들이 움찔 하면서도 계속 나를 툭툭 건드린다.
  물고기들과 한참 장난을 치기도 하고, 주위에 물장구치며 노는 아이들도 보다가
  괜히 친구에게 전화해서 염장을 지르다보니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갔는지
  내려가야겠다 싶더라.
 


 
히히, 가끔은 뒷산에 올라가 발 담그고 신선놀음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나.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13. 21:32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오늘 새벽에도 비가 몇 번 내리는가 싶더니
  아침에는 햇볕이 쨍쨍하더군요.

  '그래도 어제 비가 왔으니까 좀 시원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이건 뭐랄까......


  가스불에 달구어 놓은 냄비에 물을 촤악- 뿌렸을 때 엄청난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푸슉-! 하고 올라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한번 끓었던 찜통에 물을 조금 더 부어서 다시 찌는 듯한 느낌?


  그 비슷한 느낌인지라 최대한 땀이 나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조심 조심 걸어다녔던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땀은 비오듯 해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탔더니
  에어컨은 에어컨대로 신나게 돌아가서 시원하기는 한데,
  사람이 복작복작 거리다보니
  온갖 땀냄새가...... [털썩]


  으윽-
  모두들 더위 조심하세요- 땀냄새에 의한 질식 조심하세요(?)- 물 많이 드세요-.
  건강이 최고랍니다.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12. 19:11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난생 처음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예전에 변태를 봤을 때도 그냥 굳어버려서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했었는데
  어제는 더운 날씨에 짜증수치가 올라서였는지 냉큼 신고를 해 버렸네요.
  그 일인 즉슨.......

 



  밤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는데 앞쪽에 승객이 많이 있어서
  잡을 손잡이가 없길래 뒷좌석 쪽을 보았습니다.
  마침 맨 뒷좌석 앞 약간의 공간이 비어있기에 버스가 신호에 걸려있는 동안
  슬금 슬금 뒤로 들어가는데 어떤 아저씨(A아저씨라고 하죠) 한 분께서 통로에 서서
  안비켜주시네요.
 
  "저기, 좀 지나갈게요."

  무어라 말씀하시는 A아저씨.
  하지만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
  이어폰을 빼고 '네?'하고 반문했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몇 번을 '네?'하고 다시 여쭌 다음 지나갈 자리가 없다고 말씀하고 계신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아.. 지나갈 자리가 없다구요?'하고 다시 여쭙는데
  다른 쪽에 계시는 아저씨(이하 B아저씨라고 합니다)께서
  '이 쪽으로 지나가세요'라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 후
  요리조리 기술로 뒤 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에헤이~'

  앞 쪽, 복작복작한 곳 보다 '좀 너른 공간에서 편하게 가나' 싶었는데
  A아저씨 앞에 앉아계시던 승객 한 분이 내리고 거기에 자리가 났습니다.
  두 명이 앉는 뒷 바퀴 쪽 자리인지라 통로 쪽에 앉았던 청년
  A아저씨를 위해 안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뒤이어 자리에 털썩 앉으신 A아저씨.
  A아저씨께서 너무 넓게 앉으셔서 불편했는지, 청년은 아저씨께 좀 옆으로 가 달라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셨는지 A아저씨께서 역정을 내십니다.
 
  "아니! 옆으로 가 달라니! 여기가 니 자리냐! 자리를 어떻게 옆으로 옮겨!!"

  (어라, 아까도 느꼈지만 A아저씨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찬찬히 들으니
  약주를 하신 모양입니다.)

  청년은 기분이 상한 듯 '아, 그냥 옆으로 좀 가시라니까요.'라고 대답했고,
  A아저씨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역정을 내십니다.

  보다 못한 B아저씨께서 A아저씨께 노여워마시라고 조곤 조곤 말씀하십니다.

  "사장님, 학생이 조금 불편했나봅니다. 너무 역정내지 마세요."
  "아니! 그래도! 어른한테 저 쪽으로 가달라고 하는게 어디있어!"
 
  그리고 나서 좀 조용해지나 싶더니 A아저씨께서는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상하셨나봅니다.

  "그리고 당신!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나를 가르치려는거야!"

  (...어이쿠, 아버님. 그건 아니잖아요.)

  B아저씨께서는 딱히 상대를 하지 않으려하셨지만, A아저씨는 점점 더 큰 소리로
  역정을 내시며 시비조로 분위기를 악화시키십니다.

  계속되는 폭언에 시달리시던 B아저씨께서 혹시나 문제가 될 경우 목격담을 해 달라시며
  저와 B아저씨 앞에 계시던 분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하십니다.

  A아저씨가 좀 심했다 싶었기에 흔쾌히 번호를 알려드리고 나니 A아저씨의 화살은
  저와 다른 청년에게 돌아옵니다.

  "아니, 내가 지금 나이가 많다고! 이 사람들이 편을 지어서 나를 몰아가네!
  어이, 젊은이들. 그러는 거 아니야!!"

  그 후 B아저씨가 내리려던 순간까지 온 소리를 다 해대시던 A아저씨.
  B아저씨는 참다 참다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

  "이 XX야! 당신은 자식도 없어? 왜 그러는 거야! 내려! 내려!!"

  라고 말씀하시고 버스에서 내리셨습니다.

  A아저씨는 그 말씀에 "오냐, 나는 자식도 없다! 내리라고? 좋아! 내가 내린다!"라고
  하시며 비틀비틀 하차하시려 했지만, 싸움이 날 것을 염려하신 버스기사님께서
  문을 닫고 출발하셨습니다. (기사님, 나이스 타이밍~!)

  그리고 나서 A아저씨는 꿍얼꿍얼 B아저씨를 성토하시며 계속해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고 보다못한 그 앞좌석의 C아저씨께서

  "좀 조용히 좀 합시다! 아니 30분동안 계속해서 떠드네!"

  라고 한 말씀 하십니다.

  A아저씨는 멋적은 듯 "죄송합니다"라고 하시며 이번에는 C아저씨께 치근거리십니다.
 
  C아저씨.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A아저씨를 붙들고 "내려! 내려!!"라고 하셨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주위에 있던 청년들이 그 사이를 막습니다.


  저요?
  아무래도 안되겠다싶어 외삼촌(현직 경찰이십니다)께 전화를 걸어
  '취객이 버스에서 소란스럽게 하는데 신고가 가능한 사안인가요?'라고 여쭌 다음,
  신고가 가능하다는 확답에 문자로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저는 소심하니까요.)

  신고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A아저씨는 결국 내리셨습니다. (......)

  이윽고 조용해진 버스 안에서 112에 다시 신고 취소문자를 보내고 5분 동안은
  조용히~ 왔지요.

  외삼촌께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과 함께 괜한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린 뒤, 집에 도착했었답니다.





  생전 처음 경찰에 신고를 한 일이나, 버스 안에서 취객의 소란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켜 본 일이나,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어제의 소동으로 녹초가 되어버린데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밤 늦게 또 이것 저것 먹어버렸어요.
  푸푸풉- [털썩]

  모두들 더위 조심하시고, 불쾌지수 조심하셔요~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9. 23:26


 
  뜨겁게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시원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지하철을 타고 피서를 즐기고 있다가
  갑작스레 의기투합한 레이디 다니엘과 미우. (?)

  지하철을 타고 빙글 빙글 돌까 하다가
  오이도로 가자고 했다가
  왠지 1호선을 타고 소요산 방향으로 향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밖으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과 푸른 산.
  널찍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동두천이더라.

 

동두천찍고 다시 서울로!

동두천 역에서 내려 잽싸게 사진을 찍은 후 다시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느라 이 곳이 동두천이라는 증거가 하나도 없는 사진이 되어버렸습니다아.

 

 

  외곽으로 나갈 때는 사람도 없고, 시원한 지하철이었는데
  시내로 오는 지하철은 사람도 많고 에어컨도 미적지근하여 좀 지쳐버렸다.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 집으로 향해야 할 시간.

  늘 그렇듯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과 몸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드라마 시청 후 포스팅하다.(!)


  덕분에 시원한 하루를 보내게 되어 참 좋았어요. 고마워용~☆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7. 8. 20:05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하여 축축 늘어져있다가 건물 안에 들어서면 시원~
  건물 밖에 나와서 버스 혹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은
  또 훈제인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다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나면 시원~

  정말이지, 실외에 있기 싫은 그런 날씨에 뽈뽈거리며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가
  버스를 탔더니 약간 싸늘한 그 에어컨 바람이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리고 이내 졸기 시작했다가 전화를 받고는 반쯤 깬 상태로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
  .............

  다들 졸고 있다!
  나란히 머리를 기대고 졸고 있는 커플부터,
  아주머니, 아저씨, 학생들까지
  모두 모두 고개를 휘청휘청하며 사이좋게 졸고 있는 모습은
  묘한 동질감을 불러 일으켰고,
  '더운 날씨에 얼마나 피곤했을까'하는 안타까움마저 들게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또 다시 푹푹 찌는 거리를 걸어 집에 와서는 냅다 에어컨을 틀고
  낮잠을 자다 일어나니 저녁먹을 시간.

  저녁 먹고 나서 환기 시키느라 창문을 열었더니 해가 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후덥지근한지...

  에휴~ 모두 건강한 밤 보내세요~!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