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9. 8. 11. 00:08


  월요일. 평소와 같이 모두 함께 청소를 하고, J선생님께서 가져다주신 에어컨 청소용 스프레이로 에어컨을 청소하려고 뚜껑(!?)을 열어 필터를 꺼내보니 푹신푹신한 먼지가 한가득♥

  '이래서 에어컨을 틀 때마다 콧물과 재채기가 멈추지 않았던 것인가'하고 생각하며 우리들 중 가장 막내이자 튼튼하고 자기 입으로 입맛이 없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며 아픈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먹성이 좋은 누구씨가(그간 맺힌 것이 많았...) 필터와 솔을 들고 터벅터벅 실외로 나가서 그 푹신 푹신하고 검은 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그렇게 필터와 냉각기를 청소한 다음 에어컨을 돌리니 한결 숨쉬기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상큼하게 시작한 하루는 그분의 출연으로 인하여 삐그덕거리더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는, 그리고 나도 그분과 함께 다른 일을 하다가 나와보니 아직 처리되지 않은 일이었기에 늦었지만 분주하게 그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그분께서는 어떻게 보면 깜빡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을 문제삼아 뭐라뭐라 종알대셔서 스트레스 지수가 살짝 올라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맛있지는 않고 오늘따라 정말 맵게 음식을 해주는 바람에 밥을 먹고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물을 먹고 배가 불러 속이 울렁거릴 지경인지라 겨우겨우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돌아와보니 오랜만에 친히 방문해주신 또 다른 그분께서 반말로 뭐라뭐라하시는 바람에 스트레스 지수가 좀 더 상승.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신 분이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 지정하려고 하는 그 모습에 스트레스가 아슬아슬한 수위에 도달★

  누가 건드리면 어떤 반응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상태(아하하하그래당신은세상에서당신이제일잘났지아하하하그럼나는뭐냐매일말하는그스피릿이그따구냐아하하하하하하)에서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뒷 방으로 몸을 하여 공중에 대고 지르기를 몇 번 했더니 좀 나아지더라. (사무실에 전용 샌드백이라도 갖다 놓아야 하려나.)

  어쨌건, 8월 10일은 참 더운 날이었다.

  오늘은 모쪼록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9. 8. 1. 19:23



  사실 오늘은 일찍 집에 와서 푹 쉬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근데 선생님~ 우리 언제 영화봐요?"라고 했던 나의 한 마디 말로 인하여 "그럼 우리 오늘 영화볼까?"라는 대답이 파생되었고, "그럼 어디서 봐야하나~"라는 말에 원래 내리는 역을 언급하며 그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더니 바로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급작스럽게 영화를 보는 것이 결정되었다. 

  극장에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일단 올라가보자는 생각으로 매표소에 갔더니 차우, 해운대, 국가대표, 업, 해리포터, 트랜스포머 등이 있기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O선생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업 탈락,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는 시리즈물인데다 전편을 보지 않았고 어린이들도 많이 볼 것이라는 생각에 탈락하여 차우, 해운대, 국가대표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일이었다.

  차우도 보고 싶기는 했지만, 어디선가 거의 코메디 수준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라 탈락시키고 해운대와 국가대표 중에서 고민을 하던 중 해운대로 마음이 약간 기울었는데 우리의 O선생님께서 해운대는 다음에 친구분과 보게 될 것 같다고 하셔서 국가대표를 보는 것으로 결정. 

  티켓을 사고,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다음 룰루랄라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의자는 불편하고, 화면도 뭔가 바람직하지 않아서 함께 투덜거리던 와중 영화가 시작되었다. 

  '국가대표'라는 영화에 대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은채 불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맙소사! 보면 볼 수록 어찌나 몰입이 되던지 울다가 웃다가 하며 재미나게 보다가 2시간 20분이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크흑- 완전 멋지고 재미있었다. 정말 어쩜 그렇게 재미있는지...
잔뜩 잔뜩 추천을 하고픈 영화였기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지갑을 쥐고 고민을 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즐기는 문화생활에 스트레스도 풀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9000원은 너무 했어. 으앙.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30. 20:22


오늘은 다니엘언니님께서 하사하시기로 한 깜장 자켓(!!)을 받기 위해
여의도로 달려갔다 왔습니다.

더위에 쩔은 모습으로 헉헉거리며 지하철 역 계단을 올라가니
다니엘언니님은 인자한 미소와 아리따운 모습으로 이 미천한 M모씨를 맞아주셨고,
저는 그저 굽신거리며 깜장 자켓을 받았읍지요.
오오, 그 깜장 자켓은 아주 알흠다웠지만 제가 입으니 팔뚝이라거나 …(이하생략)

어쨌건 다니엘언니님으로 인하여 깜장 자켓과 예쁜 핀을 얻었고,
그 아리따운 모습으로 인하여 M모씨의 스트레스 지수가 -70이 되었답니다.

꺄야악~ 고마워용~ 잘 입을게~♥

(여기서 살이 찌면 위험할지도…?!)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26. 23:13



  어제는 사랑하는 다니엘언니와 함께 저녁만찬을 즐기고 소화도 시킬 겸
여의도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둘 다 편안한 샌들을 신고 있었던 터라
걷기에 참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더랬지요. 함께 산책을 하며 현재 우리들의
상황과 그 밖의 고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쩌다보니
몇 시간정도를 그렇게 걸었었나봅니다.

  어서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오늘 함께 거닐었던 거리를 따져보니 적어도 10Km는 되었겠더라고요. (...)
뭐랄까.. 심적으로도 참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지만, 육체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자주 이렇게 산책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시간이 점점 다가오니 아쉬움은 더욱 커지네요.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22. 21:51


  네, 보았습니다. 

  오전에 갑자기 주위가 컴컴한 듯한 느낌이 들어 '비가 오려나..'하고 있다가 
  L변호사님이 "그러고보니 오늘 개기일식이라던데!"라고 말씀하셔서 뒤늦게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하늘에는 동그랗고 뽀얀(?) 해가 떠 있었습니다.

  '아직 시작이 아닌가?'하고 있다가 다른 선생님이 "꺄악! 일식이다!"라고 하셔서
  냉큼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이 웬 초승달같은 모양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스스스스스스슥- 하고 다시 동그란 모양으로 변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 것 같은데(그 근거로 우리 J선생님께서
  개기일식이라는 말에 얼른 뛰어가 선글라스를 가져 오셨습니다만 그땐 이미
  일식이 끝났더랬지요) 집에 와서 인터넷을 끄적거리는데 꽤 오랜시간동안
  일식이 있었나보더라구요. (???)

  분명히 10시 30분이 조금 안된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개기일식을 보았어요.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19. 22:45


  아침. 자고 일어나니 왠지 입술에 붓기가 느껴지기에 거울을 보았다.
  모기님께서 윗 입술을 무신 덕에 입술이 퉁퉁 부었다.
  난감해하며 어찌어찌 하루를 보냈다.

  저녁.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거울을 보았다. 
  모기님께서 목덜미를 물어주셔서 빨갛고 하얀 자국이 도톰하게 생겼더라. 


  뭐지..
  왜 암컷이 나에게 이런 관심을 보이는 것이냐!!

  에휴..   내가 이렇지 뭐. (한숨)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19. 22:39


  기분이 꾸물꾸물하다보니 No one knows who I am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수렁으로 자꾸자꾸 빠져드는 중.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7. 10. 14:15


  수면아래에 있긴 했지만 언젠가는 불거질 문제가 드디어 터져버렸다.
  그 분께서는 지부에 계신 그 분의 꼬투리를 잡아 교체하고 싶었는데
  마침 잘되었다고 느끼셨는지 나의 트레이닝을 더 혹독하게 시켜서
  빠른 시일내로 지부로 보내버리겠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아, 물론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부에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부모님 외에는 친구들도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이 지역에 있기 때문에
  내가 연고지로 간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 곳에 가게 되면 해야 할 일은 많지만, 과연 내가 그 일들을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하아.. 답답하다. 답답하고 답답해서 폭발해버릴 것 같다.
  어제 느껴지던 그 초조함이 이 것 때문이었을까.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6. 9. 00:14


  피곤해서 생겼던 왼쪽 쌍커풀이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풀리지 않고 있다.
  뭐, 종종 잠을 아~주 많이 자고 일어 났을 때에는 부어서 일시적으로 풀리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슬그머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도 종종 피곤함으로 인해 쌍커풀이 생겼다가 2주 정도 상주(?)하던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좀 오래가는 듯 하다.

  게다가 한 쪽만 이러다보니 안경을 벗기가 심히 두렵다.
  대충 (ㅇ_○) 이런 느낌이랄까.

  혹자는 "200만원 벌었네!" 라고 이야기 하기에 "한 쪽인데?"라고 받아쳤더니
 "그럼 100만원!"이라고 하던데 과연 잘 된 일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다랄까.

  여하튼 덕분에 M모씨는 더욱 늬끠해졌습니당.

  [털썩]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4. 26. 11:11


"오오! M선생님, 역시 아는 것이 많아! 똘똘이 스머프같아요."


...... 내가?!


  똘똘이 스머프?!?!?!?

  어째서?!

  무..물론 안경을 쓴 모습이 닮아보일 수도 있긴 하지만 어째서 똘똘이 스머프?!

...실속이 없단 뜻인가?!?

뭐지?!?!? (덜덜덜)

스머프들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부정적으로 묘사되던 똘똘이 스머프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왠지 좋게 들리지만은 않건만 선생님들은 칭찬이라고 하시더라.

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멍-)


에라, 모르겠다~ :9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9. 4. 8. 23:10


  꿈을 잃지 말라고 항상 말해왔건만,
  너의 꿈은 어디로 갔니? 
 
  너를 응원해주던 그 사람들은 어찌하고
  너는 지금 이 곳에서 울고 있는 거니?

  꿈을 꾸던 그 반짝 반짝 빛나는 눈빛은 어디로 가고 
  슬픈 표정으로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는 거니?

  노래를 할 때면 마냥 행복해 보이던 너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노래를 하면서도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만 있는 거니?

 
  왜 그렇게 슬퍼보이는 걸까?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를 지금 하고 있는 것 아니었니?
  이것도 너의 꿈이었을텐데, 어째서 슬퍼하고 또 슬퍼하고 있는 거니?
  점점 멀어져가는 너의 꿈이 그렇게도 아쉽니?
  그렇게도 아쉬운 거니?
  무엇을 원했던 거니?
  무엇을 원하는 거니?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니?
  
  너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해준 이들이 떠오를 때마다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꿈이 떠오를 때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네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구나.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뭐니?


  …… 지금의 네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구나.
  네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는구나.
  너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고 심장이 멎을 것 처럼 아파오는구나.

  하지만 잊지 마렴, 네가 어떤 것을 선택하든 무엇을 하든
  난 널 응원하고 계속해서 사랑할 것이라는 사실을.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9. 3. 25. 00:52



J. 언니께 다시 받아온 바통입니다. :D



* 이 바톤은 넘겨준 친구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 바톤먹기 금지, 돌려주기 금지, 돌아온 사람은 몇 번이라도 다시 넘깁시다.
* 질문 부분에 들어간 이름은 자기가 고칩시다.


■ 가장 먼저 'J.'님과의 관계는?
  - J.언니는 온블록에서 만나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인연이자,
  제가 굉장히 좋아라하는 언니이시며 가끔 스토킹을 하...(그만)


■ 첫 만남은?
  - 벌써 오래 전이군요. (감회가 새롭네요~♡) 어느날 아마도 온블록 첫 화면 같은 곳에서 흥미로운 제목을 발견하고는 그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그 곳이 마침 J.언니의 블로그였고, 게시글에 대하여 답글을 달게 된 것으로 시작하여 오고 가는 답글과 트랙백 속에 싹이 튼...(?!)
  그러다가 아마도 2006년 초에 언니 학교 근처에 일이 있어 갔던 길에 연락을 드리고 만나게 되어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었더랬지요~
(아, 언니~ 그 때 말 놓기로 하셨었는데.. [엉엉])


■ 'J.'님은 남성? 여성?
  - 멋진 숙녀셔요~!


■ 딱 봤을 때 어떤 느낌인지?
  - 아무 말씀 없으실 때에는 '도도하실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굉장히 따뜻한 분이시라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 당신이 본 'J.'님의 장점을 세 가지만 들어보자.
  - 아름다우십니다(!), 재치있으십니다, 따뜻한 분이십니다!
  (세가지'만'이라니.. 더 하면 안되나요? ;ㅁ; )


■ 그럼 반대로 'J.'님의 단점을 세 가지만.
  - ......단점?! 그거 먹는 건가요! (......)


■ 'J.'님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 옅은 하늘색 또는 윤기나는 까만색(...어째 편차가…[덜덜])이요~
  평소 장난끼 많으신 모습은 옅은 하늘색 느낌인데, 날카로워지실 때는(우사미?!)
  윤기나는 (고급스러운) 검정 느낌이 나는 듯 해요. :D


■ 동물에 비유하자면?
  -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요!!!!! +ㅁ+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장난끼 있으시고, 처음에는 조심스러워하시다가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면 왠지 '내 사람'이라고 마음을 더 퍼주려고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랄까요?


■ 싸운 적은 있는지?
  - 없어용.


■ 그럼 마지막으로,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 10명에게 바톤을 돌려주세요.
  - 돌려주기 금지라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받으시고나서 해 주시면, 그 다음에 또
   돌리시는 것은 면제해드릴게요~ 아하하하 ♡ (누구마음대로?!)
…라고 썼었지용.

  이제 남으신 분은~ 다니엘언니, 아이안님, 라투키엘님, green river님...?!

  우후훗.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신 거기~ 네! 맞아요. 맞아요.
  시간 되시면 해 주셔도... :D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9. 3. 25. 00:13


 3월 말인데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옷을 몇 겹이나 겹쳐입고서도 추웠던 오늘 오후.
 근처 인쇄소에 맡겨야 할 것이 있어 선생님 한 분과 룰루랄라거리며 길을 가고 있었다.

 언뜻 차 아래에 작은 생물이 움직이는 것이 보여 "고양이!"라고 외치면서(?)
 그 앞으로 종종종 달려갔더니 내 손만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야옹거리고 있었다. 

 길 고양이들과 마주치면 언제나 인사를 하고 지나가지만, 가까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없이
 그냥 웅크리고 앉아 손을 내밀고는 "이리와~"라고 했더니 발랄하게 달려오는 노랑이. 

 아직 새끼고양이라 함부로 쓰다듬어도 되는 것인가에 관해 걱정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었는데 왠지 그 녀석은 기분 좋은 듯 갸릉거리다가 불현듯 
 따뜻한 코트-웅크리고 앉아 공간이 생긴- 속으로 쏙 들어왔다. (......) 

 그 자세로 꼼짝도 못하게 된 나는 "얘야 이러면 안되잖니."라고 말하다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새끼 손가락에 조금 묻혀서 노랑이 앞에 내밀어보았다.  
 녀석은 의심하지도 않고 손가락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낼름거리며 먹다가 
 나중에는 손가락을 살짝 살짝 깨물어가면서 맛있게 먹더라. 
 순간 꾹꾹이를 하듯이 허공을 휘젓고 있는 앞 발을 보니 찡한 마음이 들었지만, 
 심부름을 가는 길이라 "이제 그만~"이라고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한 20분 쯤 지나 인쇄소에서 출력된 것까지 받아 그 길을 되돌아오는데
 아까 그 자리에서 여전히 놀고 있는 녀석을 발견.

 큰 길가인데다, 인도 위에도 차를 대는 위험한 곳인데도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홀로
 두고 왔다는 사실에 더하여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너무 쓰다듬어서 어미가 못알아보면
 어떡하나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던지라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폴짝 거리며
 있던 녀석을 보자 반가움과 함께 왠지 모를 걱정으로 "아가!"라고 작게 소리내어 말했건만.

 이 녀석은 나를 알아본 것인지 반갑게 달려와 내 발치를 빙글 빙글 돌다가 바지와 코트를
 부여잡고 위로 올라오려고 난리법석. 

 아아아아아아아아....

 '에라 모르겠다'하고 데려오기에는 키울 자신도, 상황도 안되는지라 곤란하고 
 그냥 내버려두기에도 걱정되고,
 그렇다고 근처에 맡길 만한 동물병원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 녀석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바지를 박박 긁어대며
 순진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날은 춥고, 어미는 안보이고, 계속해서 녀석을 바라보다보니 언제 어쩌다 그랬는지
 귀 한 쪽은 조금 짧아져있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녀석과 눈을 맞추고 쓰다듬으면서 미안하다고.
 상황이 안되서 데려가지 못하겠노라고.
 부디 사람 조심, 차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일부러 돌아보지 않고 두고 갔더니 
 같이 있던 선생님 曰, 녀석이 그 자리에서 그냥 등을 돌리고 앉아 있더란다.


 사람 무서워할 줄 모르는 그 아기 고양이때문에 돌아와서도 
 벌써 10시간째 걱정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중부지방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네? 
 아악, 이를 어쩌나. 
 추운데 어떻게 버티려나. 
 아이고, 이를 어째. 
 괜히 나 때문에 어미가 못알아보면 어쩌지?
 거기 큼직하게 구멍 난 하수구에 발을 헛디디면 어떡하지?
 만에 하나 차가 녀석을 미처 못보면 어떡하지?
 나쁜 사람이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너무도 걱정이 된다. 
 어미 고양이와 잘 만나서 건강하게 잘 살든지,
 좋은 사람을 만나서 따뜻한 집에서 건강하게 사랑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수 밖에.


  아가, 건강하렴.
  넌 명랑하고 예뻐서 어디서든 사랑받을거야.
  그리고 추운데 널 홀로 내버려둬서 미안해.
  건강하렴. 행복하렴.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9. 3. 22. 23:36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알아주길 바란다는 것은
  커다란 욕심이에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물론 누구처럼 자신의 기분이 얼굴과 행동에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그러나 대부분은 말하지 않으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아요.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할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언젠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기다리고 있지만 마세요. 


  표현하세요.
  이야기 하세요.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9. 3. 11. 00:34


  그 언젠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라고 대답했더랬지.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다는 것. 

  당시에는 그것이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라고 어렴풋하게 느꼈었지만,
그 후로 약간의 시간이 더 가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정직이 무엇보다 강한 무기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하는 바이지만, 저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것'은
그것과는 약간 맥락을 달리하는 것이기에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무엇보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지 못하고,
  바라는 것을 바란다고 밝히지 못하며,
  울고 싶어도 웃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마다
  내가 말했던 그 꿈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웃고 싶을 때는 웃고,
  울고 싶을 때는 울었으면,
  나의 감정에 솔직해져도 좋다면,
  정말이지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내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모습도 보기에 좋지는 않을텐데.

  모르겠다.
  뭐가 더 나은 것인지.
  에이, 몰라.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