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07. 9. 23. 04:32




  그 어린 짐승은 점점 희미해지는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도리질을 쳤다.

  어째서 이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의아해하던 그에게 나무 위에 있던 새 한마리가 '너는 덫에 걸려있어.'라고 전해 준 것은 그의 시야가 부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던 즈음이었다.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 짐승은 온 힘을 다해 덫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벗어나려 할 수록 덫은 점점 죄어들었고 그것이 반복됨으로 말미암아 그는 벗어날 힘도 의지도 잃어버리게 되었다.

  차가운 바닥에 길게 몸을 누인 짐승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조금이라도 힘이 더 남아있을 때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니 길을 갈 때에 조금 더 조심할 것을, 아니 애초에 이 길로 와서는 안되는 것이었거늘.

  그렇게 탄식하던 짐승은 모든 희망을 지워버렸다 생각했지만, '어쩌면'이라는 생각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눈이 감겨오는 그 순간에도.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