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7. 10. 25. 01:09


  때는 해가 져서 어둑어둑하던 저녁.

  친구와 함께 산책이라도 할 겸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켠에 무언가 검은 물체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냥 그러려니하며 지나칠 뻔 했지만, 다시 보니 검은 개 한마리가

  힘없이 웅크리고 있더라구요.

  눈가에는 축축히 눈물이 고여있고, 온 몸에는 힘이 없는 듯 일어서지도 못하는

  검은 개 한마리.

  어디 다친 것인지, 아니면 아픈 것인지 점점 싸늘해지는 밤 공기를 마주하며

  그렇게 있더군요.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 그 녀석과 눈이 마주친 이후로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유기견 보호센터 번호를 수소문하고,

  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6시가 업무마감시간이라는 안내음만 들리네요.

  아마 그 때가 6시 25분 쯤이었을거에요.

  그 길을 지나가시던 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다들 어떻게 손 써보지도 못하고

  함께 안타까워하던 그 순간에도 주위는 더욱 어두워지고, 바람도 차가워지고 있었어요.

  "경찰서에 신고할 수도 없고, 119에 신고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며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반짝 반짝하는 불빛과 함께 차가 나타나더니 바로 그 길가에

  멈춰서더군요.

  119구급대원아저씨들이셨어요.

  아마 어떤 분이 연락을 하셨나봐요.

  정말이지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벅 인사를 하고서는

  다시 길을 걸었답니다.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라해도 관심을 가져주시던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그리고 바쁜 업무 중에도,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신경써주시는 구급대원분들께 감사드려요.



  이 추운 밤을 길가에서 보내지 않게 되어 다행이지만,

  그 검은 개는...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모쪼록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