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래요?2007. 11. 5. 18:06


수능을 앞둔 너에게.

  네가 이 글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이렇게라도 끄적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괜히 내가 긴장이 되는구나. 나도 참 이기적이지? 여태껏 다른 사람들이 수능을 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긴장되지는 않았었는데 네가 수능을 본다니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리고 수능을 며칠 앞두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예전에 나는 어떠했나하는 생각도 들어.
 
  돌이켜보면 고3일 때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책을 붙잡고는 있지만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나봐. 그 당시 짬이 날 때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다들 이런 저런 것에 대한 근심, 걱정 같은 것들을 토로했던 것 같으니까. 그 중에서 아주 친한 친구들과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다보면 진로에 관한 것이 대다수였던 것이 생각나. 고3이라는 위치에서 바라 볼 때에는 수능이라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12년 동안 배운 것들을 수능이라는 한 번의 테스트로 판단하는데다 그 점수로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 같으니까. 게다가 그 진로라는 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점수에 맞추어 결정되는 것도 같으니 말이지. 참 부조리한 말이지만 어쩌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라.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학벌이라는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데 꽤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거든.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 특별한 꿈 없이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을 간  친구들. 혹은 꿈이 있었지만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간 친구들. 그 아이들을 보면 당장은 현실적인 것 같이 보일지 몰라도 그러한 결정이 과연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 그렇잖아, 어릴 때에는 '나는 커서 이러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커다란 꿈들을 갖고 있었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그 꿈이 조금 더 작아지고 작아지고 하다가 후에는 그냥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 꿈과는 먼 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행복할까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물론 어떤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행복하게 느낄지도 몰라. 하지만 살면서 예전에 꾸었던 꿈들이 생각나면 조금이라도 후회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릴 적에 꿈꾸었던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너는 그 꿈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야. 사실 가끔은 나도 그런 것을 느끼곤 해.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꿈을 내려놓고 그렇게 진저리치며 싫어하던 현실에, 사회에 익숙해져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 같은 것 말이야. 아니, 그것보다 여태껏 살아오며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한 번에 부정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그런 위태한 감정이 더 어울릴지도. 확실히 난 아직 어려서 많은 것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래도 난 조심스럽게 너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어. 진심으로 후회하지 않을 '너의 길'을 가라고 말이야.
 
  음,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많이 돌아와 버렸네. 이런 이야기는 어쩌면 수능이 끝나고 원서를 작성할 무렵에 너에게 했어야 할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 때까지 이런 이야기는 묻어두도록 하고 다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갈게.
 
  결국 내가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12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 온 너의 모든 것을 11월 15일에  모조리 쏟아부어버리고 돌아오라는 이야기였어. 난 그 동안 네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어. 긴장하지 말라고 해서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의 긴장은 너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적당히 긴장하는 건 허락해줄게. 그리고 뒤에서 너를 위해 응원하고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당당하게 든든한 마음으로 가뿐하게 치르고 돌아오렴. 너는 잘할 거야. 왜냐고? 너는 특별하니까.
 
  그러니까 힘내는 거다? 아자!!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