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래요?2008. 1. 30. 08:55


  기차타고 철컹철컹~
 
  저는 KTX보다는 무궁화호가 좋아요. KTX는 빠르기는 하지만 좀 시끄럽고
좌석도 불편하거든요. 게다가 앉아서 창 밖을 보기에도 과히 좋지 않은지라
차라리 시간은 더 걸려도 편안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무궁화호가 더 좋더라구요.
풍경도 보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한참동안 푹 자다가 일어나도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고(...) 뭐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에 익숙해져버려서 영 KTX는
저랑 안맞는 것 같아요. 물론 무궁화호보다는 새마을이 더 좋지만 시간도
얼마 차이 안나면서 운임이 만원정도 차이 난다는 이유로 무궁화호를 애용한답니다.

  서울에서 부산.
비행기를 이용하는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한번 다녀오기에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에요. KTX는 3시간정도, 새마을호는 5시간, 무궁화호로는
대략 5시간 30분이 걸리니까요. (제 기억이 맞다면 말이죠.) 집에서 역까지 가는 시간,
도착해서 다시 집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한나절은 이동하는데 든다고 생각해야해요.
시간이 아깝지 않냐구요? 그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익숙해져버려서 왠지 이게 당연하게 느껴진다랄까요. 몇년간 기차타고 왔다갔다하다보니
기차여행의 로망이니 낭만이니 하는 것 보다는 그냥 피곤하거나 졸리면 자고,
목마르니까 물 좀 마시고, 음악 들으면서 경치를 바라보다가 졸리면 또 자고 하면서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다보면 도착하더라구요. (이것도 낭만의 일종?)

  혼자 여행을 하면 기대하게 되는 만남의 설레임이요?
  하하하, 아주 없지는 않죠.
음.. 좀 더 어릴 때(...)는 간간히 옆에 앉은 총각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동행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누구 하나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젊은이랑 이야기하다보면 연락처를 물으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곤란한 마음에 아예 회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오히려 만남이라면
멋진 총각보다는 귀여운 어린아이와의 만남이 더 기대되죠.
뒷자리에 앉은 어린아이의 경우는 좀 곤란하고(...5시간 동안 뒷자리에서
좌석을 발로 차는 어린이를 만나보셨나요?) 주로 제 바로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대상이죠.(!?!?)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우연히 창문으로 저랑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상하게 둘이서 까르르거리며 잘 놀게 되더라구요.
예전에 만났던 한 어린이는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아마 다시 못볼거라는 말을 했더니
울어버려서 뭉클하기도 했었죠. 새삼  그 아이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지네요.
참 예쁜 아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일들도 있고, 연상하자마자 몸서리쳐지는 일도 있어요.
어쨌건 (좋지못한 만남들은 배제하고) 그러한 만남들을 생각해보면
조금 설레이기도 하지만 좀 개인주의화되었는지 푹~ 자는게 편하네요.


  어이쿠, 이제 기차를 타고 출발할 시간이네요.
그럼 생길지도 모를 인연에 대한 기대를 아주 조금만 품고 다녀오겠습니다.


  멋진 하루, 즐거운 여행 되세요~ (철컹철컹)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