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갈 때 마다 마치 의식처럼 태종대에 가 바다를 보고 오곤 합니다.
한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어느 겨울, 태종대에서 살을 에는 듯한 바다 바람을 한 번 쐬고 나서
'그날의 바람이 필요해'라고 중얼거리며 계속 찾게 되더라구요.
이번에는 감기에 걸려 골골거리면서도 연휴기간에 훌쩍 다녀왔답니다.
걱정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점심 먹은 후 느긋하게 출발했더니
멋진 풍경이 반겨주네요.
황금빛으로 빛나는 바다.
때가 때이니만큼 가족이 모두 모여 산책을 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이더군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온 꼬마 아가씨도, 아장 아장 걸어다니는 아가들도..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힘들텐데도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어요.
그렇게 사람도 구경하고, 경치도 감상하며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등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려는 듯 주변에 붉은 기가 맴돌더라구요.
해질녘, 망부석을 바라보며..
태종대를 반 정도 둘러보았으니 남은 반도 마저 보아야 할 것 같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어둑어둑한 길을 홀로 걸어내려오려니 괜히 겁이 나서 올라갔던 길로
도로 내려오기로 결심했어요.
등대에 서서 다음에 또 오겠다고 중얼거린 다음 되돌아오는 길.
출구에 거의 다 와갈 때 즈음, 수평선 너머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해가 보이네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
바이바이~
정말이지 올 때 마다 늘 그자리에서 반겨주는 태종대가 새삼 그리워지네요.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