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8. 4. 7. 11:19


  저녁즈음, 오랜만에 S양을 만났다.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햇수로)9년째.
  과는 다르지만, 서클활동을 하며 마음이 맞아 친해졌었던 나의 친구.
  오랜만에 보는 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귀여웠다.
  함께 웃으며 식사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리 저리 가게를 기웃거리며 구경도 하고.
  그러다보니 별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만 같은 시간이라
  아쉬워하며 지하철역까지 가다가 왠지 아쉬운 마음에 걷기로 마음먹었다.

  걸으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와하하하" 웃으며 맞장구도 치고 있는데
  맑던 하늘에서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라.
  마침 커다란 우산을 들고 갔기에 (비가 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우산, 괜히 들고 왔네~
  비 안오겠는걸?', '아냐아냐, 비 안오면 지팡이로 쓰면 돼.' 하며 키득렸더랬다.)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데, 좀 더 가다보니 애매한 위치.

  " 음, 아쉽다. 어떡하지?"
  " 다리, 그냥 걸어서 넘어갈까?"
  " 나야 숄까지 걸쳤으니까 괜찮은데, 넌 춥지 않겠어?"
  " 에? 하나도 안추운데? 괜찮아."
  " 흠.. 그럼 걸을까? 헤헷~ "


  비 내리는 양화대교.
  길가에 소담하게 핀 벚꽃과 개나리.
  우산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검게 일렁이는 강물과 저 멀리에 있는 건물들의 풍경.
  그리고 소중한 내 친구.
  
  차가 지나가는 소리, 강물이 내는 소리, 비가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가 꽤 컸지만,
  찰박찰박하는 발소리와 친구의 목소리가 더 귀에 와닿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였을까.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여기까지'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즐겁고, 반가운, 멋진 시간이었다.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