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래요?2008. 4. 22. 03:50


  타이킨님께서 '비닐 봉지값을 왜 소비자가 내나'라는 제목으로 쓰신 글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남겨봅니다. (사실 답글로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트랙백했어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닐봉투는 보증금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분명 보증금임에도 불구하고 비닐봉투를 반환하러 갔을 때, 가게에서 마지못해 내어준다는 듯한 반응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지요.

  '현재는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에 의한 재활용이 정착되어 비닐봉지에 의한 환경파괴의 영향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씀에도 사실상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비닐봉투도 따로 분리수거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비닐봉투는 분리수거가 안된다고 여겨져 그냥 버려지곤 하거든요. 비닐이 땅에 묻히거나 태워질 때 나오는 유독가스 등을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는 의미가 없다고 하기에 이른 것 같네요.

  서울시에서는 이제 컵 보증금제도를 없앴다고 합니다. 컵 보증금제도 또한 '환경 보증금'이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제도였지만, 결국에는 효용성 문제로 인하여 폐지되었지요. 비닐봉지에 대한 보증금 제도 또한 효용성이 없다면 언젠가는 폐지될 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이러한 제도들이 언젠가는 이 세상을 살아갈 후손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너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식의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법과 제도로 인식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장은 불합리한 것 같고, 쓸데 없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인식의 전환(혹은 변화)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면, 인식이 완전히 바뀌기전까지는 이러한 강제성 있는 제도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족을 달자면, 상품의 가격에 환경세라는 이름을 붙여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환경보증금으로 50원을 내고 봉투를 받았다가 후에 돌려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드네요. :)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