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2008. 9. 27. 15:26


  솔직히 밥을 챙겨 먹기 귀찮거나 할 때에는 미숫가루만큼 속이 든든한 것은 없다고 본다.
  게다가 여름날, 시원하게 얼음을 동동 띄워 벌컥벌컥 마시는 미숫가루는 그야말로 별미!

  하지만,
  어머니께서 몸에 좋다고 보내주신 쑥 미숫가루는 미숫가루 고유의 고소한 맛 보다는 
  오묘한 향과 맛이 나서 한 두번 타 마시고는 그대로 고이 모셔놨더랬다.

  어머니께 투정을 부렸더니,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라 하셨는데 코를 막고 마셔도
  거북한 그 맛에 방치되었던 그 미숫가루!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처리 곤란한 미숫가루로
쿠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여, 몸에는 좋지만 맛이 오묘한 미숫가루 처리에
나서기로 했으니.. 이른바 미숫가루 팬케이크!


  하지만 핫케이크 가루가 집에 있는 것도 아니요, 우유도 없고, 달걀도 약간 미심쩍어서
집에 있는 대로 쑥 미숫가루에다 두유와 설탕, 물을 넣어 반죽을 했다.

  ...... 아무리보아도 오묘한 녹색. 

  대충 숟가락에서 뚝뚝 떨어질 정도의 질기로 반죽을 하고,
  달군 팬을 키친 타올로 한 번 닦아 준 뒤,
  버터 대신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팬에 올렸다. (!)

  밀가루가 없어서(찰기가 적어) 그런 지 조금 갈라지기도 하고, 옆이 바스라지기도 하면서 
깔끔하게 구워지지는 않았지만 다 만들고 나서 식혔더니 먹을만 하더라. 
(그래도 확실히 핫케이크보다는 쿠키로 굽는다면 꽤 괜찮을 듯한 맛이었다.)


  인증샷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짙은 쑥색에 나름 핫케이크라고
갈색으로 구워진 그 모양새가 혐오 사진이 될 것이 뻔한지라 인증샷은 생략! 
(정말 혼자서 먹기에도 사알짝 망설여지지만, 누군가에게 권하기는 굉장히 민망한 색상인지라
과감히 생략하기로 결정했음.)


  냉장고에 남은 미숫가루도 이런 식으로 처리해야 할 듯 하다.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