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래요?2007. 6. 18. 22:55

 
  남자친구, 혹은 남자인 친구.
  여자친구, 혹은 여자인 친구.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성이 서로 친구라고 이야기 할 때 불신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일까?
왜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예전부터 가져오던 의문이지만 아직까지 무엇이 정답이라는 확신은 갖지 못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성간에도 우정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논쟁이
시작되면 거듭 "왜 안되는데?"라고 물고 늘어지는 편.

  이성간에 우정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이성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친구가 이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라거나 '이성이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한 쪽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던데
아직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는 않더라.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남녀 공학인 학교에 다닐 때에 같은 반이라거나 같은 동아리에
속했던 친구들처럼 그냥 성(姓)만 다른 친구라는 생각이 앞서는 나는 비정상인가?


  그러다가 '어쩌면 이 논쟁의 중심에는 ['친구'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것이
숨어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親舊). 국어사전 상에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정의되어있는 단어.
하지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굉장히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저 아는 사람보다는 조금 더 아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존재라면 서로의 모든 것을 거의 다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딱 집어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오래 알고 지내지는 못했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았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에 임했고 뭔가 통한다는(?) 느낌이 든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경우, 상대방도 나를 친구로 여기는지의 여부는 확인해 보지 않아
알 수 없다. 어쨌건 덕분에 동성이건 이성이건을 불문하고 친구를 사귀고 있는지도.)


  우스갯소리로 '여성은 친구라면 매일 보고,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은 친구라면
1년에 한 번씩 연락하는 것 만으로도 우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개인의 차이에 남녀의 차이까지 더해져 '남녀 간에는 우정이 성립할 수 없다'는 통념이 생긴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