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에 해당되는 글 54건

  1. 2008/08/06 결함 (8)
  2. 2008/08/03 Mist, Misty... (4)
  3. 2008/07/31 추회(追懷)
  4. 2008/07/29 고립 (4)
  5. 2008/07/21 Verzeihen Sie mir... (6)
  6. 2008/07/16 달빛. (2)
  7. 2008/07/07 부끄럽다. (2)
  8. 2008/06/04 서러움. (6)
  9. 2008/06/04 경향신문 구독 신청하다. (6)
  10. 2008/05/27 너에게.
  11. 2008/04/24 기망(欺罔) 혹은 기망(祈望).
  12. 2008/04/03 Brummen..
  13. 2008/03/29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4)
  14. 2008/03/25 칡과 등나무(葛藤). (4)
  15. 2008/03/18 갑작스레 떠오른... (2)

결함

몽상 혹은 망상 2008/08/06 23:52

 
  포커페이스, 혹은 무표정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범주이다.

  무표정이라고는 하지만 그 무표정이 늘 일정한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을 때의 무표정(?)과 기분이 좋지 못할 때의 무표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도저히 무표정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표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랄까.
 
  어쩌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좋게 이야기하면 감정이 풍부하다고 표현되는 것이긴 하지만,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탔을 때 멍하게 있다가도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혼자 히죽거리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고 하는 것이 일상인 스스로를 돌아보면,
  무표정은 자신과 거리가 멀고 먼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 적고보니 왠지 예사롭지 않은 인간이로고.)

  음, 누군가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하는 나를 바라본다면 참 무섭지 않을까? (......)
 

  어찌되었건, 때로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으음, 웃는 것도 예쁘게 활짝 웃는 것이 아니라 한 쪽 입꼬리만 올라가는 것 같던데.
  아아악- 뭐 이렇게 하자(瑕疵)가 많아? 삐꾸야? 뭐 이래!



Posted by 미우



 


  " 저 뽀얀 안개를 좀 보라지.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까.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지 않아? "


Posted by 미우


  어디있니?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니?
  건강하게 잘 있니?
  보고싶어도 연락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네가 보고싶구나.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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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우

고립

몽상 혹은 망상 2008/07/29 02:32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것이 너무도 아파서 숨조차 쉬기 어려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기에 미움받는 것을 힘겨워하던 어린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더 많음에도 천천히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다.

  상처받기 싫다는 마음으로,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이유로.

  아이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을 때,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였지만
  아이를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만든 벽을 느끼고 서서히 물러났다.
 
  더 없이 살가운 것 같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릴 관계들이 지속되었고
  누군가 피상적인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라고 말할 때에도
  아이는 그것으로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영원하지 않을 관계라면 언젠가 미움받는 일도 있을 것이고,
  헤어져야 할 일도 생길테니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그냥 그 상태를 즐기다 상대가 떠나면
  미련없이 보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게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고, 그는 문득 허전함을 느꼈다.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
  피상적이라고는 해도 한 자리에서 함께 웃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지금 곁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떠날테고, 떠나보내겠지.
  이상해. 이 끝을 알 수 없는 이 공허감은 도대체 뭐야? 싫어, 혼자는 싫어.'

  온 몸을 웅크린 채 한참을 떨다 벌떡 일어난 그는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면 다시 찾아오는 허전함에 몸서리치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계속했지만, 그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Posted by 미우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었어요.
  당신이 원하는 기준, 당신이 바라는 그 모습 그대로인 사람이고 싶었어요.
  어디서든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그런 사람.
  하지만,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키지 못했어요.
  당신은 그런 나에게 점점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짓곤 했죠.

  난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었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큼은 아니라 해도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당신의 기준을 따랐고, 당신의 생각에 맞추어 살았어요.
  나의 생각보다는 당신의 생각대로.
  내가 원하는 것 보다는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당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죠.
  지쳐갔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의 표정을 밝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요.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꿈꾸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해도 미소 짓게 하고 싶었어요.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요, 그건 욕심이었어요.
  나를 향한 당신의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것은 욕심이었어요.
 
  미안해요. 당신이 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당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 같은 걸 여태껏 곁에 두게 만들어서.

Posted by 미우

달빛.

몽상 혹은 망상 2008/07/16 21:50


  캄캄한 밤, 어름어름한 달빛 창가.

  건물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올려다보아야 달빛이 보이던 예전의 그 방은
  저 말과 참말로 어울렸다.

  살포시 붉은 빛을 띠는 밤 하늘에 노란 달무리가 어스레하게 창가를 비추고
  미지근한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눈을 감고 창가에 기대어 달빛을 즐기곤 했다.

 

  지금은
  좀 더 하늘과 가까워진 곳에서
  탁 트인 하늘과 햇볕과 달빛을 마주하고
  원 없이 편안하게 누릴 수 있다.

  처음 이 방에서 밤을 맞이했을 때,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며
  어찌나 감동했던지.



  오늘은 달이 참 밝았다.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이 방을 환하게 비추어
  불을 밝힐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새삼 밝게 빛나는 그 따스한 빛에 눈물이 나는 밤이었다.


Posted by 미우


  그래, 그것은 일방적인 강요였다.

  닫혀버린 눈과 마음으로 인해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하는 그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가 내 민 것은 쓰레기로만 보였으리라.

  조금이라도 신경을 쓴다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터.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A가 진실이고, B가 거짓이다'라는 생각이 깊게 뿌리박혀
  내가 하는 어떠한 말도 전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를 어리석고 아둔한 멍청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왜 세상은 자기와 다르면 적이라고 규정하고 공격하는 것일까.
  어찌하여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만연하게 된 것일까.

  답답하여 숨이 막힌다.


Posted by 미우

서러움.

몽상 혹은 망상 2008/06/04 21:55


  내일부터 신문이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냥 몰래 넣어드리기보다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듯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꾸지람을 하신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바를 조목 조목 말씀드렸다.
  하지만, 비싼 돈 들여 서울로 학교 보내놨더니 애가 쓸데없는 것에 물들었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듯한 그 목소리에 왈칵 설움이 복받쳐올랐다.
 
  쓸데없고, 이상한 것에 물들었다고 보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물들만큼 내가 순진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셨던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신 것을 믿고
  자랐기에 옳다고 여기는 것을 옳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씀드리다가 배터리문제로 전화가 끊겨,
  배터리 교환 후 다시 전화를 걸어서는 어쨌건 신문은 내일부터 들어갈테니
  그냥 보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곧이어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세상을 언제나 정의롭게만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현실을 보라고 하신다.

  현실, 그래 그 현실.
  이상과 현실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울며 밤을 지새우게 하는 그 놈의 현실.
  현실이 곧 경제적인 것으로 결부되는 것으로 간주된다하여도,
  정치는 정치가의 손에 맡겨버리고
  나는 권리 위에서 그저 잠이나 자야한다는 뜻인가.  
  나라 일은 나랏님이 다 알아서 하실 일이니까?

  무어라 아버지께 말씀드리려던 차에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에 그저 이를 악물고 눈물만 삼켜야 했다.


  학생이라는 명목으로 폐만 끼치고 있는 내가 그 말씀에 어찌 반박을 할 수 있으리.

  ......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아프게 와닿았다.

 
결국 꿈은 버려야 하나? 싫은데. 내가 꿈을 버리고 정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접어야 하는 것일까? 젠장, 젠젱할, 젠장맞을! 이 땅에서 힘 없는 서민으로 살아가려면 당연히 꿈은 버려야 하는 것일까? 답답하다. 슬프다. 암담하다.
Posted by 미우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해 경향신문 구독을 신청했다.
  전혀 위기감이 없는 동생,
  '국가 일은 다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하시는 어머니.
 
  쓸데 없는 짓이라고 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다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현실을, 이 상황을 제대로 보시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미우
TAG 우울해

너에게.

몽상 혹은 망상 2008/05/27 20:59


  ......항상 부담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잘 알아. 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그 많은 것들과 흘려버린 시간들.

그것을 돌이켜보거나, 문득 저지른 실수들이 떠오를때면 견딜 수 없는 죄책감과 아쉬움에

온 몸이 떨리기도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단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지나간 일이라 해도, 그 때의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지.

그래, 알고있어. 하지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후회를 한다해도 과거는 바뀌지 않아.

그것들을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지. 그치?


  그리고, 넌 아직 어려. 분명 어느정도 삶을 살아왔고 삶의 무게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더라도

이 기나긴 시간의 흐름에 비추어보면 아직 어리고 어린 존재란다. 응, 자신의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생각하면 함부로 선택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그래도 있잖아,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네가 정말로 원하는 일이 있다면 시도해보렴. 네가 항상 하는 말 있잖니.

'하지 않은 일보다 하지 못한 일이 더 아쉽다'고.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만큼

후회가 적지만, 하지 못한 것은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더 시간이 지난 후에

'꼭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라며 미련을 가지고 후회하지 말고 한번 시도해 보렴.


  널 응원하는 사람은 사실 네 주위에 가득있단다.

  널 믿고 있어, 힘내렴. 사랑해.

Posted by 미우
TAG , 존재, 표현


  아아, 나의 사랑하는 이여.
  아아, 나의 소중한 이여!

  더 사랑하는 이가 약할 수 밖에 없고, 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사랑이란 이름 뒤에 감추어 놓은 이기심으로 그대를 괴롭히는 나는,
  악독한 자라오.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과 제발 바라봐 달라는 몸짓을
  애써 모르는 척, 눈치채지 못한 척 하면서 안타깝게 만드는
  진실로 악랄한 자라오.

  언제까지나 곁에 두고 싶다는 소유욕과,
  나만을 계속해서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대를 지배하고 싶어하면서도
  그대를 향한 이 마음이 혹여 들킬까,
  점점 커져가는 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까,
  혹여나 그대가 떠나버리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으로
  감정을 짓누르고 억누르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는 우매한 자라오.

  그대여!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그대를 놓아줄 수가 없소.  
  그대의 눈물이 나를 괴롭게 하고,
  그대의 아파하는 모습이 내 가슴을 쥐어뜯는 듯 하여도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 선을 넘어 그대에게 다가갈 수 없소.
 
  아아, 그대여.......



 
Posted by 미우

Brummen..

몽상 혹은 망상 2008/04/03 00:38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지가 비에 젖는 것이 싫어서
  짧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어두운 하늘.
  바람이 꽤 차서 몸을 움츠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갔다.
  눈 앞에서 지나가버리는 버스를 보며 한 정류장을 더 걸어가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
  다리를 건너는데 차가 막힌다.
  초조한 마음에 시계만 쳐다보다 겨우 늦지않게 도착.
  오늘은 교수님께서 티타임을 갖자고 하셨기에 학교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간다.
  차를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느새 1시간이 흘러가버려 남는 시간동안
  도서관에서 시간을 죽이다 수업을 듣고 집에 빨리 가버리자고 마음먹는다.
  어두운 하늘. 어두운 하늘.
  어두운 하늘과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 그리고 차가운 공기.
  울증이 치민다. 답답하다.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실수들까지 발목을 잡으며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나를 이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 이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아냐, 아직은. 아직까지는 견딜 수 있어.'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린다.
  흐느끼듯 내쉬는 숨소리에 자신을 다독이고는 걷기 시작한다.

  '그래, 음악이 필요해.'

  주섬주섬 이어폰을 찾아 귀에 끼우고 음악을 들으며 속도를 맞춘다.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이 외려 마음 한 구석을 시원하게 해 준다.

  '걷자.'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들리는대로 흥얼거리다 사람이 나타나면 소리를 줄이고
  다시 조금 멀어졌다싶으면 좀 더 편하게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눈 앞에 다리가 나타났다.

  '부족해. 하지만.. 아냐, 괜찮을거야.'

  차갑게 몰아치는 바람에 머리가 날리고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찰랑거리는 강물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걷고, 또 걸어본다.

  ' 그 어느 날도 이 길을 걸었지.
    그 날도 이처럼 답답했더랬지.
    하지만, 그 날에는 혼자가 아니었었지.'

  건너편이 가까워지자, 누군가 듣건 말건 제멋대로 노래 한 곡을 빠르게 부르고는
  다시 낮게 노래를 읊조리며, 흥얼거리며 걷는다.
 
  다리를 건너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별안간 피로가 몰려온다.
  다행히 정신적이 아닌 육체적인.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는 그대로 바닥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요기를 하고, 소중한 이와 통화를 하고 나서
  잠들어있는 동안 온 메세지를 확인하니
  지도교수님의 호출.
  이미 말씀하신 시간은 지나버렸는데다가
  집에 와버렸는데 다시 학교까지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
  결례임을 알면서도 죄송하다는 내용의 메세지만 보내고
  다시 멍하게 누워있었다.

  이런 의미인가.
  이런 의미였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이 걷힌지는 꽤 되었는데
  이 마음의 구름은 언제쯤 걷히려나.

Posted by 미우


  낮에 외사촌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군에 입대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다음 달이면 상병이란다.
  (동생입장에서 보면 '벌써'라는 말이 서운했겠지만, 정말 '벌써!?'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미안-)

  외가 쪽 서열(?)로 치면 내가 첫번째이다보니 어릴 적, 외가에 놀러가 안방에 앉아있으면
  뒤로 줄줄이 7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졸졸 따라와 안방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어른들께서 시끄러우니 아이들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씀하시면,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요!'라고 항의하다 결국 홀로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옮기면
  와글와글 떠들던 아이들이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 나를 따라 졸졸졸.
  그러다 화장실 가는데도 쫓아와 화장실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며 놀던 아이들이
  벌써 저렇게 컸다는 걸 생각하면 뭐랄까, 대견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그래도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것은 연장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일까?)
  어쨌건 그냥 '누나~ 노올자~'라고 하던 아이들이 이제 '누나, ~했어요.', '누나~, ~하셨어요?'
  라는 식으로 높임말을 쓰니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도 귀엽기도 하고 그렇더라.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무섭도록 변해가는 세상에 비해
  나 자신은 왜 이리도 발전이 없어보이는걸까.
  예전의 그 자신만만하고 꿈이 가득하던 시절의 나는 어디로가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어중간한 사람 하나만 남아있는 듯.
 
Posted by 미우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마주할 수 있게 둔 거울.
  허리를 곧게 세우고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다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머리카락에 눈이 갔다.
 
  '많이 길었네.'

  앞에서 보았을 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던 머리가 뒤에서는 제법 길어보인다.
 
  '자를까?'

  며칠 전 부터 봄기운에 들뜬 마음으로 생각하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잘라도 다시 기를텐데. 더워지면 어차피 틀어올릴텐데.'

  하며 귀찮아하다가도,

  '사진찍을 때 쯤이면 어차피 좀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테니 미리 자르는게 나으려나?'

  하면서 갈팡질팡.

  멍하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은 착착 지나가버리고
  오늘이 와버렸다.
  별 것 아닌 문제로 갈등씩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정신이 마실갔다가 아직 안돌아온 듯.
  얼른 자야지.

Posted by 미우


Pacta sunt servanda.

'계약은 이행되어야한다' 혹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

문득 아침부터 이 말이 맴돌아 계속해서 되뇌었다.

Pacta sunt servanda, pacta sunt servanda...


뭔가 잊은 것이 있었나?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을까...


Posted by 미우
TAG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