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같으면 들어오자마자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로 쓰러졌을텐데, 오늘은 계속 뒤로 넘어가는 몸을 채근하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멸치육수에 정말 대충 치댄 밀가루를 뚝 뚝 떼어내어 보글 보글 끓여서 수제비!
(평소에는 밀가루 반죽에 신경을 써서 쫄깃한 수제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늘은 그저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밥 대용의 목적이었지요. 그런데 대충 치대서 끓인 수제비가! 육수와 반죽, 파, 소금만 넣고 끓인 수제비가!! 평소에 신경써서 끓인 것과 별 차이없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으아아앙-! )
겨울이라 그런지, 아니면 몸 상태가 굉장히 안좋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따라 하는 일 없이 피곤하고, 힘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뭐 골골거리는 거야 하루이틀일도 아니니 그렇다쳐도.... 특히 관절이......(......)
발목이야 워낙에 상태가 안좋았다가 다치고 나서 계속 계속 안좋으니 그렇다 치고, 무릎이야 계단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아이고~ 무릎이야~'소리가 나온 지 좀 되었으니 그렇다 친다지만(?), 허리와 손목이 새로운 노화세력으로 떠오른 것은 뭐랄까.. 가슴 깊숙히 좌절 포즈를 하고 싶게 만든다랄까요.
... 손목이 좀 많이 아파서 압박붕대로 칭칭 동여매었더니 손목은 편한데, 글을 쓰려고보니 독수리타법을 구사하게 되어 굉장히 새로운 기분입니다. '손가락으로만 키보드를 치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계속 계속 팔 전체가 점프~점프~! (우히히히)
네가 이 글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이렇게라도 끄적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괜히 내가 긴장이 되는구나. 나도 참 이기적이지? 여태껏 다른 사람들이 수능을 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긴장되지는 않았었는데 네가 수능을 본다니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리고 수능을 며칠 앞두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예전에 나는 어떠했나하는 생각도 들어.
돌이켜보면 고3일 때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책을 붙잡고는 있지만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나봐. 그 당시 짬이 날 때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다들 이런 저런 것에 대한 근심, 걱정 같은 것들을 토로했던 것 같으니까. 그 중에서 아주 친한 친구들과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다보면 진로에 관한 것이 대다수였던 것이 생각나. 고3이라는 위치에서 바라 볼 때에는 수능이라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12년 동안 배운 것들을 수능이라는 한 번의 테스트로 판단하는데다 그 점수로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 같으니까. 게다가 그 진로라는 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점수에 맞추어 결정되는 것도 같으니 말이지. 참 부조리한 말이지만 어쩌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라.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학벌이라는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데 꽤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거든.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 특별한 꿈 없이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을 간 친구들. 혹은 꿈이 있었지만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간 친구들. 그 아이들을 보면 당장은 현실적인 것 같이 보일지 몰라도 그러한 결정이 과연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 그렇잖아, 어릴 때에는 '나는 커서 이러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커다란 꿈들을 갖고 있었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그 꿈이 조금 더 작아지고 작아지고 하다가 후에는 그냥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 꿈과는 먼 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행복할까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물론 어떤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행복하게 느낄지도 몰라. 하지만 살면서 예전에 꾸었던 꿈들이 생각나면 조금이라도 후회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릴 적에 꿈꾸었던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너는 그 꿈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야. 사실 가끔은 나도 그런 것을 느끼곤 해.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꿈을 내려놓고 그렇게 진저리치며 싫어하던 현실에, 사회에 익숙해져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 같은 것 말이야. 아니, 그것보다 여태껏 살아오며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한 번에 부정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그런 위태한 감정이 더 어울릴지도. 확실히 난 아직 어려서 많은 것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래도 난 조심스럽게 너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어. 진심으로 후회하지 않을 '너의 길'을 가라고 말이야.
음,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많이 돌아와 버렸네. 이런 이야기는 어쩌면 수능이 끝나고 원서를 작성할 무렵에 너에게 했어야 할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 때까지 이런 이야기는 묻어두도록 하고 다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갈게.
결국 내가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12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 온 너의 모든 것을 11월 15일에 모조리 쏟아부어버리고 돌아오라는 이야기였어. 난 그 동안 네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어. 긴장하지 말라고 해서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의 긴장은 너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적당히 긴장하는 건 허락해줄게. 그리고 뒤에서 너를 위해 응원하고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당당하게 든든한 마음으로 가뿐하게 치르고 돌아오렴. 너는 잘할 거야. 왜냐고? 너는 특별하니까.
그러니까 힘내는 거다? 아자!!
작년에 제 동생이 수능을 봤었어요. 그 때 끄적거렸던 편지였는데 또 다시 날씨가 쌀쌀해지고, 수능이 다가오니 괜시리 생각이 나더군요. :) [16일에서 15일로 수정! (키득)] 정작 제 동생은 이 편지를 못봤지만; 수능보시는 분들 힘내시라고 적어봤어요. :D 모두 힘내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