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13. 10. 15. 02:32


   그러니까 그건 마치 내가 불청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나를 아는 사람은 그와 그녀 뿐. 

어느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나의 정체에 대해서 몰랐겠지만 

나 스스로 그 자리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야.'라고 생각하며 갔던 그 자리. 

그러나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묻지는 않을 것이라지만 그들의 공간에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이 

주제넘는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결국 나는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이 이렇게 기분좋은 날이라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날 홀연히 사라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마도 그 나무는 앞으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 나무와 그 자리는 이제 지워지겠지. 잊혀져가겠지.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13. 9. 26. 01:45



결국은 어떻게 될 지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부딪치는 그 모습을 일컬어 사람들은 흔히 용기가 있다고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도 혹자는 그 행동을 만용이라 표현한다.


지금 하려고 하는 행동은

용기있는 행동일까, 그저 만용에 지나지 않는 행동인 것일까.

그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용기있는 행동일진대,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해 보아도 그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으면서도 굳이 부딪쳐 깨지고 상처를 입으려 하는 것은 만용일게다.

참 재미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일이 만용이고 나 혼자만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처입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상처 외에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과 솔직한 감정은 뒤로 잘 감추어 둔 채 웃어보일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그거 생각보다 많이 아픈데.)


고작 그런 것을 얻고자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줄 필요는 없는데.


왜 고집을 피우는 걸까?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