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래요?2007. 9. 3. 23:45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왕국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겠지만
그 나라에도 어떠한 기준이 있고, 규칙이 있고, 우선 순위가 있답니다.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이나 규범 외에 그 나라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규칙들.
그것을 정하는 것은 그 왕국의 주인인 자신에게 달려있어요.

  그 규칙은 평생동안 흔들림없이 자리하기도하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면서 그 나라를
지탱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아, 물론 그 규칙들이 항상 바르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판단하에 제정 혹은 개정된 것이므로 그것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행동은 삼가해야 해요. 그것이 당신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명백히 잘못일 경우에는 권고를 통해
그가 조정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도 아닌데 공연히 그것을 부정하게 되면
그 나라의 주인이 취할 수 있는 반응 중에는 조금은 공격적인 대응도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래요, 그 규칙이라는 것은 한 인간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물 부터 마셔야 한다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에는 팔을
파닥이며 내려가야한다던가 하는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행동부터 평생 동안 보증은
서지 않겠다는 결심과 같은 일까지 그 규칙은 소소해보여도 그 사람을 움직이는데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죠.

  그리고 타인이 보았을 때에는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것 처럼 보이는 그 규칙들 안에도
우선 순위가 존재해요.
법률에도 최상위 법인 헌법이 있듯이. 법률 뒤에 명령, 규칙, 조례가 뒤따르듯이.


  타인이 그 규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언짢게 여겨지는 것 처럼 그 순위에 대해서
무어라 훈수를 두는 것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쾌한 일이 될 수도 있답니다.


  글쎄요. 괜히 과민하게 여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특별한
기준 없이 쌓아놓은 물건들로 보여도 사실은 정리해놓은 것을 자신의 잣대로만 판단하고
'잘됐네, 못됐네'라고 하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요?


  조심스레 말씀드릴게요. 단정짓기에 앞서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아마도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게 될거예요.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9. 1. 01:11


  네, 다녀왔습니다.
  사실 목요일인 30일에 돌아왔지만 어쩌다보니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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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레 여행이 정해져 후다닥 준비를 하고 태안에 있는 안면도(의 청포대 해수욕장이라는 곳)에 출발을 하려 하는데...... 어째 그 곳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굉장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가게 되었답니다. 뭐랄까, '될대로 되라' 내지는 '비 많이 오면 펜션 안에서 놀다가 올테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이것 저것 챙겨서 약속장소로 향했었죠.

  약속 장소에서 조우한 M모씨와 일당들.[......] 일단은 먹을거리를 사자는 생각에 터미널 근처의 마트로 가서 이것 저것 샀더니 벌써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더군요. 툭 치면 비가 주르륵 쏟아질 것 같은 구름을 보며 커다란 박스를 '영차'하고 짊어지고는 다시 터미널로 슈슈슉.

  다들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모였기에 마트에 가면서부터 "배고파아~"라는 원성이 하늘을 찌를 기세! 버스를 타기 전 간단하게(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가 간단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기를 하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네, 다 좋았어요. 박스를 버스 아래에 있는 짐칸에 넣는 것도, 버스에 오르는 것 까지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좌석 가득히 연인들이 와글와글.

  (저만 느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일행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겨우 자리에 앉았습니다. "청춘은 좋은 것이로구나."라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말이죠.

  수다를 떨다가, 음악을 듣다가, 자다가 도착한 태안!

  태안에서 숙소가 있는 청포대해수욕장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했어요.
다시 끙끙거리며 짐을 들고는 버스에 올랐더니, 어쩐지 굉장히 느긋하신 기사아저씨와 승객여러분들이 미소로 반겨주시더군요. 커다란 짐을 보시고는 "아가씨 3명이 뭘 그리 많이 먹을 거라고 잔뜩 싸 짊어지고 간대~ 우리도 같이 나눠먹읍시다~"라는 말씀을 하실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우리의 기사아저씨는 정말이지 센스쟁이셨답니다. 승객이 타서 앉을 때 까지 출발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버스가 부웅~하고 가다가 승객이 "저 고개 지나서 세워주세요."라고 하면 고개를 지나서 착(!)하고 세워주시는 것도 다반사. 내리기 전에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면 "차 세우면 일어나세유."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시고, "아저씨~ 청포대 해수욕장 도착하면 알려주세요~"라는 말에 "생각나면~"이라고 대답하시는 센스도 잊지 않으시더군요.
  결국은 차가 멈추어서고 나서 "아? 여기가 청포대 해수욕장 아니야?"라고 중얼거리는 저희 일행을 보시고는 "아, 여기가 청포대 해수욕장이에유."라고 말씀해주셔서 내렸지요.


  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인데......

  길은 2차선 도로 하나 뿐.
  그것도 꼬불꼬불 많은 논과 밭을 뒤로 하고 지나와서 왠지 대충 간판만 세워져 있는 듯한 느낌의 입구.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해변으로 달려갔답니다.


  "와아아아~ 이게 얼마만의 물놀이야~"


  ...그런데 들어가고 들어가도 무릎 밑에서 찰랑거리는 바닷물. 분명히 시간 상으로는 만조시간인지라 물이 가득 들어온 것을 감안하고, 서해라는 것을 감안해도 들어가고 들어가도 무릎 밑.

01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무릎까지 오는 물에서 첨벙거리며 물놀이를 하다가 친구와 함께 '가다보면 언젠가는 깊어질거야!'라는 눈빛을 교환하고는 슉슉- 바다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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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슉슈슉-!


  그렇게 한참을 가서 물을 무서워하여 종아리에 오는 깊이에서 사진을 찍으며 있던 친구가 점으로 보일 정도가 되자 물이 가슴 정도 오더군요.(......)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많이 심하다라고 생각하고 다시 그 친구 곁으로 돌아와서는 땅을 파고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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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면 돈이 나오기도 합니다.


  온 몸에 흙을 처바르며(......) 놀다가 땅을 파다보니 100원짜리가 나오더군요. 왠지 그것에 고무되어 그 이후로도 한동안 땅을 팠지만 소득은 그것뿐이었습니다. [훌쩍]

  확실히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 놀다보니 지치더군요. 그 길로 숙소에 돌아와 씻고는 간단히 컵라면 하나를 꿀꺽. 약간 졸린상태에서 헤롱거리다가 바베큐파티를 위해 그릴을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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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멀쩡한 아이들...

  불을 붙이고 감자와 고구마 따위를 마구 던져놓은 후, 고기를 올려서 지글지글 굽는 한편
한 쪽에서는 밥과 반찬, 음료수 등을 준비하느라 바빴습니다.

  그 와중에 고기를 담당한 누구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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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신나보이는구나...... 에휴.


 이런 짓이나 하며 놀다가 고기를 태워먹었다지요, 아마. [휴우우..]

  그렇게 준비된 밥과 고기를 먹는데, 웬 모기들이 그렇게 몰려오는지.
  모두 함께 탭댄스를 추며 고기를 먹고, 쌈을 싸 먹고, 콜라까지 벌컥벌컥 들이킨 다음 방 안으로 피신해서는 모기향을 피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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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향이 타오르고 있어요! 'ㅁ')!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새벽녘에 잠들었답니다.



  그 다음날이요?
  느지막히 일어나 부랴부랴 씻고 청소하고 나오느라 정신없었어요.
 
  버스를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탔더니
택시비가 15000원. [털썩]

  운전면허가 있다면 렌트카를 빌려서 오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찌되었건 그렇게 정신없이 후다닥 다녀온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조용하고 호젓한 여행을 원했던 H모양은 왠지 허탈해진 기분을 추스리며 집으로 향했고,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했던 M모양은 정말로 즐겁게 놀다와서 피곤한 모습으로 들어갔으며,
내일 모레가 개강인 S모양도 초췌해진 얼굴로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답니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모두들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지만, 그 다음이 언제일지는 확실히 모르겠기에 더욱 소중한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8. 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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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끼며 기사를 읽은 후 스크롤을 내렸더니
아이의 고통에 대해 같이 아파하고 분노하는 의견 사이 사이에
너무도 험한 말을, 그 아이의 상처를 후벼파는 듯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의견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는 공간이라해도
적어도 자신의 의견을, 생각을 표현하기 전에 한 번 정도는 그것에 대해
판단해 봐야하는 것 아닌가.

옳고 그른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말을 배설하듯 뱉어내는 사람들은
그 말에 상처받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일까.


물론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발, 제발 한 번 정도는 표현하기 전에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사람에게는 여러가지의 표현 수단이 있지만, 그 중에서 말과 글이라는 것은
그나마 자신의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말과 글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8. 16. 17:30



  2007년 8월 11일 토요일.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어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햇볕은 따갑게 내리쬐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씨에 바다에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말리는 가족을 뿌리치며
  M모씨는 "바다는 나의 위로! 바다는 나의 고향!!"이라 외치고는 양산과
  (모친께 양해를 구하고 슬쩍 집어 온)썬구리[...], 물 조금,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는
  룰루랄라 태종대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환승이 되니 너무 좋아~'라고 생각하며 한시간 반 가량을 서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태종대는 역시 뜨거웠고, "어버버, 어버버"라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썬구리 착용, 양산을 활짝 펴 어깨에 걸친 M모씨는 "우히히"라는 말로 자신을 달랜 후
  본격적으로 태종대를 유람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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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의 태종대.


  화창한 주말의 태종대.
  역시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옆을 보아도 눈에 띄는 가족들과 연인들, 연인들, 연인들! [......]

  언젠가 겨울에 왔을 때도 노소를 불문하고 온갖 연인들이 거니는 모습을 보았던
  M모씨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음."이라고 한 마디를 내뱉은 다음, 그냥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지나칩니다.

  걸으면 약 두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녹음이 짙은 길 옆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태종대.

  조금 덥기는 하지만 급한 일도 없겠다, M모씨는 가방을 다시 한 번 고쳐 메고
  이어진 도로를 따라 타박타박 걷기로 결심합니다.

  [타박타박. 헥헥. 타박타박. 헥헥.]

  오르막길을 걸으며 헉헉거리던 M모씨의 뒤에 차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01

  사람들은 다누비[...]를 타고 스쳐 지나가며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M모씨를 구경합니다.
  생긋 웃으며 다누비가 사라지는 것을 본 M모씨는 "뙓뙓뙓"이라고 말하며 다시 발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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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넘실 푸른 바다


 그렇게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길 한 켠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던 M모씨의
눈 앞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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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시원함을 만끽하던 M모씨. 하지만 뒤에 따라오던 연인이
M모씨가 서 있는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려 눈치를 주기 시작합니다.

  '으앙.'

  M모씨는 그들을 피해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머지 않아 눈 앞에 전망대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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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가 푸슈슈슈슉!


요란한 바람소리와 철썩대는 바람소리.
멀리 펼쳐진 수평선은 더 이상 그 자리에서 발을 떼고 싶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8. 16. 17:19


  하지만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M모씨는
  세차게 부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는 전망대를 돌아 다시 길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어버버..."

  입에 한 번 붙은 '어버버'는 쉽게 떨어지지가 않...이 아니라!

  전망대 근처에 "다누비" 정류장이 있는 것을 발견한 M모씨.
  마음 속에서 '그냥 탈까? 타자~ 힘들다아~'라는 소리가 울려퍼짐에도
  그것을 타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그는 다시 걸어갑니다.

  [← 등대입구. 신선바위. 망부석.]

  "오호라!"

  등대까지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촐싹거리며 내려간 M모씨는 오랜만에 보는 등대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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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별고 없으셨소?


등대에서 저 편 바다를 구경하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소로로 내려 온 M모씨는 신선 바위 위에 앉아 기쁜 표정으로 소리를 냈습니다.

  "앗, 뜨거! 앗, 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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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보이는 망부석씨. 떠들어서 미안해요;


 요란하긴 했지만, 멍하게 앉아 망부석을 바라보다가 신선바위와 망부석 사이에 있는 틈을
따라 파도가 밀려 오는 것을 보던 M모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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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이다! +ㅁ+

  거북이의 머리 같이 생긴 바위 아래로 동굴 같은 것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왠지 모를 모험심에 불타오르는 자신을 억누를 수가 없어 계속해서 그 곳을 향해
찰칵거리고 있노라니 어느새 까맣고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절벽을 날아다니듯 하시던
분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습니다.

  '으겍! 난 몰라!'(!?)

  그렇게 M모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등대 윗 길까지 달려가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또 타박타박 걸었습니다.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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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비 출현!


  우리의 다누비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싣고 내려갑니다.



  그렇게 태종대 유람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가던 M모씨는
태종대 입구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장
더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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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자~ :D



  또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죠.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7. 12. 10:27


  요즘 소설, 드라마, 영화를 보다보면 내용이 반전(反轉)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문득, 어쩌면 창작자 보다는 그 작품의 독자나 관객이 왠지 반전(反轉)을 원하고
그것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기 때문에 작품에 반전을 필수요소인 것 마냥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반전(反轉)'을 넣지 않을 경우 독자 또는 관객에게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반전을 잘만 이용하면 엄청난 인기를 끌어올 수도 있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반전'을 집어넣는 것은 아닐까하고 추측해보지만,
그래도 역시 요즘의 이 세태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확실히 음식을 맛있게 하기 위해서 조금씩 넣는 미원(조미료)은 사람의 입맛을 돋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쳤을 경우에는 음식의 맛도 없어지고, 사람 몸에도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일. 약간의 입맛을 돋우는 미원이 없더라도 맛있게 완성될 음식이라면,
굳이 미원을 넣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인공적인 감미료가 첨가된 음식도 맛있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음식도 맛이 있다는 것을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7. 5. 16:12


문답수칙은 꼭 지켜주세요.
1. 경로를 표기한다.
2. 꼭 문답을 넘긴다.
3. 문답작성자를 지우지 않는다.


경로 : 히로 -> 누밁 -> 치아키 -> 리디 -> 유화 -> 은휴 -> 히나키츠 -> 버닝오크 -> 씨감탱 -> 토선생 -> 토식 -> 교빈 -> T.p -> 케렉스 -> 토코 -> 카르 -> 이요만테 -> 사피엔스 -> 이르 -> kashumir -> 개보린 -> 워스트 -> 낫군 -> 참치는 -> 작은욕망 -> 앙아떼지 -> 석류 -> 이찌 -> 샄샄 -> 하노미 -> 댕글 -> 키라 -> 리넬 -> 두마리 -> 블러디 -> 세츠나 -> 스왕 -> 조사장 -> 신용진 -> 모리옹 -> 라비또 -> 카메모토 -> 디야 -> 천재소녀 -> rena☆★ -> 핑쿠미더덕 -> 아오 -> zelu -> 수염 -> 루셀 -> 하얀까망 -> 炫 -> 로키&카에데 -> zizim -> 데굴대굴 -> 케이루스 -> foxer ->S. -> J. -> 미우



1. 당신의 닉네임은?
→ '미우'입니다.

2. 닉네임이 지어지게 된 계기는?
→ 미우(微雨)가 보슬비라는 뜻이거든요. 밝은 날도 좋아하지만 비오는 날도 좋아해서
붙이게 되었던 닉네임이에요. :)


3. 그 밖의 여러 곳에서 쓰는 닉네임 3개.
→ 그 밖이라면 '미우' 말고 다른 것들인가요?
    네레이드(Nereid)와 현지. 에 또... 뭐가 있더라;

4. 각각의 닉네임이 지어지게 된 계기는?
→ 판타지소설사이트(?)에서 쓰던 닉네임이 네레이드인데요~ 바다의 요정(?)이랄까,
요괴(?!)랄까, 세이렌 아시죠? 그런 마녀+아름다운 노랫소리라는 조합을 좋아하는지라
세이렌과 비슷한(??) 네레이스라는 님프의 이름을 빌려.... (그런데 한 쪽은 대 놓고 요괴,
다른 한 쪽은 요정이네요. 전혀 비슷하지 않은지도.[덜덜]) 아, 네레이드라고 쓴 덕분에
갯지렁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기억이 있군요. [털썩]

  현지는 게임에서 쓰고 있는데요, 그냥 어떤 것이 좋을까 하고 있다가 제 본명이 될 뻔
했던 이름을 찰싹 붙여서 쓰고 있.... (친구가 작명계의 "쑤뤠기"래요. 엉엉)

5. 닉네임 이외의 별명은?
→ ...세바스찬? [야;] 이건 아니고;; 음... 별명이라고 따로 붙일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

6. 온라인에서 당신은 뭐라고 불리는가?
→  미우냥, 미우씨, 미우님, 현지씨, 현지야, 레이언니or누님(!?) 등등으로 불리우지요.

7. 현실에서 당신은 뭐라고 불리는가?
→ 제 본명 중 앞의 두 자만 따서 부르거나 "OO양" 같은...

8. 온라인에서의 호칭이 더 끌리는가?
→ 그 때 그 때 달라요. :)

9. 당신의 본명이 마음에 드는가?
→ 네. 저는 제 본명을 정말 정말 사랑한답니다. ;ㅁ;

10. 마음에 든다면 이유.
→ '그냥'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글쎄요, 사실 제 이름이 울림이 예쁘지는 않지만
이름이라는 것이라는게 '나'라는 존재를 칭하는 고유명사이잖아요. 이 이름으로 불리면서
사랑도 많이 받았고, 살아오면서,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짊어지고 갈 이름이니까
배척하기보다는 보듬고 사랑해야할 것 같아서요. :)

11. 마음에 안 든다면 이유와 자기가 바꾸고 싶은 이름.
→ ...어버버? 'ㅁ'

12. 내가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 나라가 어디며, 그 나라에서 불리고 싶은 이름은?
→ 유학을 가고 싶은 나라는 독일, 중국, 생뚱맞게 이태리[...]. 그런데 사실상 그렇게
유학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서 별로 간절하지는 않아요.;
    어디서든 제 본명으로 불리고 싶지만, 서양사람들은 제 이름 잘 발음 못할 것 같아요.
뭐, 중국어로 발음했을 때는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딱히 바꿀 필요는 없지만, 일본어로
발음되는 제 이름이란... 후우.. -┏
    아, 서양식으로 바꾸라면 예전에는 Catherine이라는 이름을 갖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Katrina로 만들어버리시고(재앙이 되었군요. 울먹),
대학교에 와서는 영어시간에 이름을 지으라길래 Iris로 지었더니 왠지 이질감이... [덜덜덜]

13. 내가 중세의 귀족이 된다면 귀족적인 느낌으로 내 이름은?
→ ....뭐가 어울릴까요? [긁적]

14. 만약 나와 어느 유명스타의 이름이 나와 같다면 나에게 어울릴만한 유명스타의 이름은?
→ 'ㅁ')?! 성이 특이해서 유명스타와 동명이인인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만,
이름은 흔한지라;;

15. 살면서 이런 특이한 이름 들어봤다.
→ 중학교 동창 중에 장미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성이 '장'이고 이름이 '미'랍니다. 화들짝~! 'ㅁ'
  들어본 이름으로는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던 '박 초롱초롱 빛나리'양이 있고,
TV에도 몇 번 나왔던 '황 금독수리온세상을놀라게하다'씨...?

16. 내가 어른이 된다면 나의 이름 뒤에(혹은 앞에) 붙는 지위나 호칭은 무엇이 좋겠다고
생각하나?
→  법조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으면 좋겠는데 요즘 상황으로는 딱히 뭐라고
희망하기도 그렇네요. ....아직 어려서 꿈이 많거든요. [덜덜]

17. 이 문답을 넘길 이웃 중 이분! 정말 닉네임 잘 지으셨다. 3분 선정하고 넘길 것.
* 바톤터치 수는 제한 없음. 10~20명까지 가능!
-> 3분씩이나! ;ㅁ;)!!!
   우선은 (언제 볼 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안님,
   (역시 과연 이 블로그를 알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진(케이)군,
   음, 또.... 하고 싶으신 분 계시면 손들어주세요~ ;ㅁ;)/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6. 27. 08:51


  사람은 말이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어떤 임무를 갖게 된답니다. 그 임무는 관계를 맺어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게 되지요. 어떤 임무는 자연스레 소멸되기도 하고, 어떤 임무는 포기해 버릴 수도 있지만, 어떤 임무는 떨칠래야 떨칠 수 없는 임무도 있어요. 맞아요. 그 임무를 일컬어 사람들은 역할이라고 부른답니다.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친구로서, 학생으로서 등등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계실거예요. 그 역할이 너무도 버거워서 힘들어 하시는 분도 있을 거고, '이런 역할 따위는 가뿐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말이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나서의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신 적 있나요?


  자, 어느 날 갑자기 작은 공간에 고립되어버린 '내'가 있어요.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친구도, 배우자도 곁에 없죠. 사회적 지위 같은 것도 생각할 것 없이 모조리 '내' 몸에서 떼어내보자구요. 한 겹, 한 겹.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을 제외하고 이제 '나'라는 존재만 생각해봐요.


  ...... '나'는 누구죠? 



  저는 저 질문을 떠올렸을 때, 왈칵 겁이 났어요. 관계 속에 있는 나 자신이 아닌 '나'는 뭔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라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이상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두려운 일 아니겠어요?


  살다보면 지금 맡겨진 현재의 역할이라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럴 때, 그 역할을 벗어내도 온전히 두 발을 땅에 딛고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다면 현재의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지금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있는 자신을 찾아보세요. '나'를 위해 조금만 더 마음을 써 보세요. 아직은 조금 불안한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 어떤 세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6. 18. 22:55

 
  남자친구, 혹은 남자인 친구.
  여자친구, 혹은 여자인 친구.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성이 서로 친구라고 이야기 할 때 불신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일까?
왜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예전부터 가져오던 의문이지만 아직까지 무엇이 정답이라는 확신은 갖지 못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성간에도 우정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논쟁이
시작되면 거듭 "왜 안되는데?"라고 물고 늘어지는 편.

  이성간에 우정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이성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친구가 이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라거나 '이성이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한 쪽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던데
아직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는 않더라.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남녀 공학인 학교에 다닐 때에 같은 반이라거나 같은 동아리에
속했던 친구들처럼 그냥 성(姓)만 다른 친구라는 생각이 앞서는 나는 비정상인가?


  그러다가 '어쩌면 이 논쟁의 중심에는 ['친구'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것이
숨어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親舊). 국어사전 상에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정의되어있는 단어.
하지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굉장히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저 아는 사람보다는 조금 더 아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존재라면 서로의 모든 것을 거의 다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딱 집어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오래 알고 지내지는 못했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았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에 임했고 뭔가 통한다는(?) 느낌이 든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경우, 상대방도 나를 친구로 여기는지의 여부는 확인해 보지 않아
알 수 없다. 어쨌건 덕분에 동성이건 이성이건을 불문하고 친구를 사귀고 있는지도.)


  우스갯소리로 '여성은 친구라면 매일 보고,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은 친구라면
1년에 한 번씩 연락하는 것 만으로도 우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개인의 차이에 남녀의 차이까지 더해져 '남녀 간에는 우정이 성립할 수 없다'는 통념이 생긴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6. 13. 23:34


[호칭을 생각하다.]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호칭(呼稱). 확실히 누군가를 이름 지어 부르는 것은 단어선택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어릴 적부터 가족,친족과 관련된 호칭을 배우며 자라고, 더 나아가 남들에 대한 호칭을
배우며 살아감에도 늘 누군가를 칭할 때에 어떤 호칭을 해야 할 지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호칭이라는 것이 단순히 누군가를 부를 때
쓰이는 도구가 아니라 한 존재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블로그를 기웃거리다 ‘오빠’라는 호칭에 대한 글들
(J.님 블로그http://catcradle.onblog.com/PingServer?mode=tb&id=23778/259413/p ,
아르님 블로그 http://archum20.egloos.com/tb/2260068 )을 보게 되었다. 남성들이
‘오빠’라고 불리우기를 원하는 현실에 대하여 쓰여진 글들이었는데, 이 호칭이 남성의
위계의식과 같은 것을 내포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에게는 먼 친척들을
다 따져보아도 ‘오빠’라고 부를 존재가 없었고, 어릴 적부터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터라 교회에서 ‘오빠’들을 보았을 때, ‘오빠’라고 부를 존재가 있다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물론 그들을 ‘오빠’라고 부를 때에는 국어사전 상 2번째 의미1)라고만
생각했지 그 속에 있는 다른 의미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 사실. 안일하게 그 호칭을
사용해왔던 나2)에게 ‘오빠’라는 말에 내재하는 다른 의미에 관한 글들은 실로 충격적이었지만,
쉽사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연장자인 여성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나
나이 어린 남성에게 “누나라고 부르렴.”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글들을 읽고서 조금은
생각해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로 하루가 흘러갔다.

  그 후 인터넷상으로 어떤 모임에 가입하게 되어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장자인 남성에게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요.”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당연하게 생글거리며
대답하려다가 앞의 글들이 생각나서 주춤했지만 결국엔 그것이 아니면 부를 호칭이 없다는
생각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왠지 ‘오빠’라고 부르며 느꼈던 즐거움들이 앞으로는 망설임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슬퍼지기도 했지만 말이다.3)

  한편으로 호칭(또는 칭호)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던 일이 더 있었다. 몇 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길을 몰라 여기저기 헤메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보게 되었는데, 그 분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기에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참이었다.

“저기... 님!”

  ‘님? 님? 님?!’ 순간 머릿속에는 그 단어가 계속해서 맴돌았고 반사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그 분께 대답했었는데 ‘님’이라는 단어에 대한 충격이 너무도 컸기에
무슨 말이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친절히 알려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아, 이것이 인터넷의 폐해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 기억날 뿐.

  그 상황에서 “학생”이라거나 “저기요”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분께서 선택하셨던 단어는 안타깝게도 인터넷상에서 쓰이는 ‘님’이라는 특수한 호칭이었다.
솔직히 인터넷상에서는 이름(닉네임)뒤에 ‘~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기본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에 당연하게 쓰고 있었지만 실생활에서 듣게 된 ‘님’은 실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님’과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이름 뒤에 붙이는 ‘~씨’라는 호칭에
대한 것이다. 대학에 오게 된 후로 자주 쓰고 있는 표현으로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씨’라는 호칭을 쓰게 되는데 이것이 설령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이라
할지라도 공식적이거나 사무적인 자리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곤란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4)

  그렇게 위의 ‘님’과 ‘씨’는 각각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하다보니
그 표현이 서로 반대의 상황에서 나타나게 되면 당혹스러워지는 것 같다. 요즘이야 온라인의
모임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님’이라고 부른다 하여도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다 친한 친구들과 서로 인터넷용어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아
그 당혹스러움이 덜하지만, 누군가가 온라인상에서 초면에 ‘~씨’라고 할 때면 움찔하고
놀라곤 한다. 어쩌면 이것도 습관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실없이 몇 가지 주절거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호칭에 있어서는 어려운 것 투성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다는 것도 깨달았고. 공부할 것이 이렇게도 많은데 설렁설렁 넘겨버리려는
내 자신이 오늘따라 얄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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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빠
「명」「1」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손위 남자 형제를 여동생이 이르는 말. ¶우리 오빠는 아버지를 빼닮았다./오빠, 엄마가 빨리 들어오래. §「2」남남끼리에서 나이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 정답게 이르는 말. ¶옆집 사는 오빠와는 친남매처럼 사이좋게 지낸다. §

2) 친한 친구 중 이틀 먼저 태어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장난삼아 ‘오빠’라고 부르거나 ‘오라버니’에서 파생하여 ‘오라방’이라는 말을 만들어 서로 키득거리며 불러대곤 한다.(......)

3) 아직 생각이 어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오빠’라는 호칭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나로서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다시 그 호칭을 즐겁게(...) 부르고 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각하지 못하는 것인지, 자각하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4)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그냥 느낌으로 그러려니 여기고 있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표기되어 있었다.

씨07(氏)

「I」「명」(주로 문집이나 비문 따위의 문어에 쓰여) 같은 성(姓)의 계통을 표시하는 말. ¶씨는 김이고, 본관은 김해이다.§「II」「명」「의」(성년이 된 사람의 성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공식적˙사무적인 자리나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김 씨/길동 씨/홍길동 씨/희빈 장 씨/그 일은 김 씨가 맡기로 했네.§「Ⅲ」「대」'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 주로 글에서 쓰는데, 앞에서 성명을 이미 밝힌 경우에 쓸 수 있다. ¶씨는 문단의 권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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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3월 12일에 온블록에 썼던 글. (다행히 하드 어딘가에 들어가 있더라.)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Traum2007. 6. 13. 14:13



  추운 겨울에도 "역시 냉면(아이스크림)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지!"를 외치는 M모씨.
 
  요즘 날씨가 더워지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차가운 물이라든지 얼린 요구르트라든지
아이스커피라든지 얼음이라든지를 마구마구 먹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노래!



 (동요 : "그러면 안돼")


   ......


  꾸룩 꾸룩 배가 아플지도 모르니 자제해야 하긴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더우니 이를 어쩌죠.
 
  이열치열?
  저는 못해요, 못한다구요. (울먹)

  겨울에는 추위를 타~(그러면서 차가운 것을 좋아라 합니다. 모순쟁이.)
  여름에는 더위를 타~(으헉, 여름은 정말 싫어요.)

  차가운 것을 많이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고 있네요.

  누가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바들바들]


_M#]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6. 8. 03:47

  제목 그대로, 자유게시판의 용도는 무엇일까?

  그냥 자유스럽게 글을 남기는 용도로 알고 있었는데 요즘 이리 저리 기웃거리다보면
"자유게시판에는 일기 같은 거 쓰지 마세요." 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다른데 가서 하세요."
라는 말이 보이더라. 뭐랄까, 대놓고 올리는 낚시글들은 "낚였다."라는 정도로 반응하거나
그냥 무시하고 다른 글을 클릭하면서,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썼을 그런 글들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던데....... 물론 어떤 용도가 있는 게시판에
그 용도와 걸맞지 않는 글이 올라온다거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광고글
혹은 음란성 게시글이 올라온다면 한마디 해 줄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자유게시판은
도대체 용도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조심스레 눈치를 살펴가며 글을 써야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또 궁금한 것 하나.
유명인이 관련된 게시글을 보면 꼭 덧글에 그 사람의 안티들이 옹기종기모여 그 사람을
(소위) '까'대는데, 그냥 싫으면 지나치지 굳이 귀찮게 손가락을 움직여서 욕을 하고 또
그 반응을 보며 싸워대는 것일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참 '허허허'하는
웃음 밖에 안나오더라. 직접적으로 상호간에 대화를 한다거나 얼굴을 맞대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랄까. 혹시 그것이 아니면 그렇게 글을 쓰는 분들은 굉장히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어찌되었건 제3자의 입장에서 구경하기-혹은 시간 때우기-에는 좋지만 말이다.)


   어쩌다보니 자신이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이 길어져버렸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6. 8. 02:29


  있잖아, 그거 느껴봤어?

  불현듯 생각나서 메모했던 걸 다시 제대로 정리하면, 그 때 느낀 그 감정이랄까가
안느껴지는 것 같아. 감정적으로 휘갈겨놓은 것을 후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봐서
그런 것인지.

 
  ... 나만 그래?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5. 17. 07:13




  언어를 배우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언어에 대해 알아갈 수록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느 특정한 언어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만 해도 정말 어렵기 그지 없으니까. 맞춤법, 띄어쓰기 등 사실상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것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다보면 긴가민가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할 경우에는 조금 덜 하겠지만, 글을 쓸 경우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썼다 지웠다 하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리라.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굳이 엄격하게 문법을 따져가며 말을 사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요즘 어린 학생들이 쓴 글을 보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이런 저런 글들을 읽다보니 약간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끼적거려본다. (물론, 이 글에도 여러가지 문법적인, 혹은 말도 안되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지적바랍니다.)


  먼저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 보자. 솔직히 말해서 맞춤법이 쉬운 것 만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어이없다'라고 할 때에 '어이'라는 말을 '어의'라고 한다거나 '얘기'를 '예기'라고 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바로잡아 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어이없다'의 '어이'는 '어처구니'의 준말이고, '이야기'의 준말은 '얘기'이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데도 틀리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랄까. 정말이지, 전체적인 문장에서 '않'과 '안'의 사용, '되'와 '돼'와 같은 단어의 사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명사의 맞춤법은 조금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되'와 '돼'가 혼동될 경우, '하'나 '해'를 집어 넣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되요'와 '안돼요' 중 어떤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면, '안하요', '안해요'와 같이 대입해보자. 정답은 '안돼요'.)

  두번째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과도한 통신언어의 사용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을 하면서 축약된 말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의 사용 이전에 PC통신(인터넷이 개방적인 것이라면, PC통신은 가입자 내에서만 이용가능한 폐쇄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을 이용하던 시절부터 조금씩 사용되어오던 통신언어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다양해지더니 하루가 다르게 진화, 발전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분명히 한국어처럼 보이는데도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그것이 넷 상에서만 국한된 일이라면 괜찮겠지만, 실생활에서도 버젓이 사용되니 더욱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애교라 할 지라도, 보고서와 같은 문서에도 사용하는 사례를 목격하고 나니 웃어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신언어의 사용. 때와 장소에 맞게 사용하는 지혜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세번째, 통신언어와 비슷한 맥락이기는 하지만 은어(隱語 :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요즘은 은어와 통신언어, 유행어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은어의 지나친 사용은 자기네 구성원이 아닌 다른 구성원에게는 소외감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론이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내가 하고픈 말은 우리 말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 '이번 한 번 정도야.'라는 생각들이 모여 전체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말을 하기 전 한 번만 더 생각하고 표현했으면 한다.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7. 3. 27. 22:18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뜨렸다. 나름대로 좋아하던 접시였는데, 순간의 잘못으로
깨뜨리고 보니 너무도 아쉽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비단 접시 뿐만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것은 아슬아슬한 줄을 타고 있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아차!"하는 순간에 그 신뢰가 깨어지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물론 인간관계를 예로 들기는 했지만 인간관계는 조금씩 서로에
대한 잘못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그것이 폭발하며 갈라서게 되는 경우도 있고, 왠만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나 애정이 깨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아슬아슬한 줄을 타고 있기 때문이건, 원래부터 그 대상이 깨어지기 쉬워 조심히 다루어야
할 것이었건 잘 생각해보면 나의 잘못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애초에
아주 단단해서 아무리 떨어뜨리고 집어던져도(?) 깨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조심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이상하게 핑계꺼리를 찾아 나의 잘못은
없는 것인양 행동해버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나란 존재는 정말 이기적이라는 것을 거듭 깨닫게 된다.

  모쪼록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라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든 관계에 있어서든
정말로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그 대상을 다룰 줄 아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뒤늦은 후회보다 미리 후회할 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나을테니까.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