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혹은 망상2008. 11. 29. 06:06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달콤한 일이다.

  열심히 그 자리에서 노력하다가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좌절하기보다는 
  묵묵하게 더욱 열심히 그 자리를 지키다보면,
  언젠가는 인정받게 될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11. 11. 00:33


2주 전 쯤, 로즈마리가 '화분이 비좁다'고 하는 것 같아
한 둘레 큰 화분으로 옮겨주려고 흙을 사러 갔다가
추운데도 싱싱한 초록빛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스피아민트가 눈에 들어와
같이 사왔더랬다.

이 녀석도 약간 넓은 화분에 옮겨주고 왔다갔다 하면서 예뻐해주었더니
무슨 콩나물처럼 쑥쑥 자란다.
날이 추워서 일부러 창문은 잠깐 열어놓았다가 닫으니 일조량이 부족해 웃자라는가 싶다가도
줄기 사이사이로 올라오는 잎들을 바라보면 그냥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민트류가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면 진짜 "풋-!"하는 웃음이 나올 정도.

이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살겠다는 의지가 눈에 보여서 참 힘이 된다.
그래, 나도 힘내야지.
응, 반드시 되고 말테야.
암, 되고 말고.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10. 29. 11:20


신청 버튼을 눌렀는데 미동이 없다.
경력이 없어서 그런가?
으앙, 너무해.
쳇, 결국 다음 기회로 넘겨야겠군.

기다려라! 내가 간다!  (!?)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10. 22. 04:24


크리스틴, 크리스틴, 크리스틴……
괜찮을까? 괜찮나?
흐으음..
웬디는?
으으으으음......


……될까? 
흐으으으음......



(10월 23일 오전 수정 : 아쉽지만, 웬디는 바이바이- 그대는 다음 기회에……. [훌쩍])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10. 17. 12:30


  웬만해서는 꺼내놓지 못 할 말 들을 다 하고 보니, 미묘한 기분이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해 보라는 말씀에
  한편으로는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다른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도 용기를 북돋아주셔서 감사해요.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10. 16. 00:41


  어째서인지 꿈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깨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하루는 울면서 깨어나지를 않나, 괜히 뒤숭숭한 꿈을 꾸질 않나……. 에휴."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일어나 따뜻한 물로 씻고 있는데
  불현듯 벌써 10월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벌써 1년이나 된거야? 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젠장."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2008. 10. 11. 18:47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무대 뒤쪽 까지 직접 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지 않으셨나요?

  무대 위에서 보는 관객석의 모습,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공연장의 Backstage tour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세요.



  이런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번 학기에 듣는 수업 덕분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Backstage tour 프로그램을 하는 곳은 더 있겠지만, 제가 아는 곳은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밖에 없어서 더 자세한 설명은 못드리겠네요.
어쨌건, 그 중 세종문화회관 "공연장 견학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토요일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늘어지게 잠만 잔뜩 자는데,
오늘은 이리 저리 비명을 지르는 몸을 추스려 겨우 겨우 일어났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하는 tour-세종문화회관 공연장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죠.

  오전 10시쯤 도착해서 지난 수요일에 예매해 놓은 티켓을 찾고, 안내해주는대로 1층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보통 공연은 저녁쯤에나 있는데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각(?)에 웬 처자 하나가
발랄한 걸음걸이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 수상해보였는지 수위님 2분이 차례로
어떻게 왔는지 물으셨다가 "Backstage tour...음.. 견학프로그램 참가자인데요."라고 했더니
"아.."하면서 웃으셨어요.

  단체로 온 것이 아니라 혼자 찾아간 것이었기에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앉아있다보니
로비에 불도 들어오고, 다른 분들도 하나 둘 오셔서 안심했답니다. 
(모두 합해 10명 남짓이기는 했지만요.)


  10시 30분 정각. 
  
  예쁜 관계자분이 오셔서 각자의 표를 확인하고 작은 안내책자를 나눠주신 뒤,
견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둘러본 곳은 세종 대극장이었는데요, 세종 대극장은 전형적인 프로시니움 무대
(proscenium ; 사진틀 무대라고도 이름)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프로시니움
무대의 형태는 굉장히 깊고 넓은 무대라 원근표현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을
들었었지만, 배우고 나서 다시 보게 되니 저절로 '아~'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객석쪽에 들어가 뒤에 있는 음향실을 유리창 너머로 보고, VIP석에 앉아 간단한 소개 동영상을
본 다음 설명을 들었습니다. 국내에서 앞좌석(?)에 LCD모니터를 최초로 설치한 곳이
세종문화회관 세종 대극장이라는 이야기에 '확실히 원어로 하는 오페라 등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과 '외국인들도 관람하기 좋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무대 뒤로 이동했습니다.

  무대 뒤쪽은 객석에서 본 것 처럼 굉장히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안전문제로 인해 무대 위로
올라가 볼 수는 없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참으로 넓어서 '이런 곳에서 공연하려면 마이크는
필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뒤쪽에 있는 (메인)분장실도 둘러본 뒤 세종 체임버홀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불이 켜지지 않아 세종 M 씨어터부터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세종 M씨어터는 소규모 공연을 하는-이라고는 하지만 객석이 630석 가량- 공연장으로,
마침 오후에 있을 Happy Prince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어서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나왔는데 확실히 대극장에 비해서는 아늑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 후, 역사 자료관을 둘러보았는데, 세종문화회관의 역사가 잘 나타나있어
흥미롭게 살펴보았습니다. 보통은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견학이 지연되기도 한다지만, 
구성원이 여러명의 성인과 어린이 2명-그것도 다 각자 신청해서 온 것이어서인지-인지라
사진을 찍지도, 떠들지도 않아 굉장히 신속한(?) 견학이 계속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명문제로 인하여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체임버홀로 이동했습니다. 
실내악 위주의 공연장이라 그런지, 다른 공연장에 비해 아담한 느낌이었고, 리모델링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깔끔한 느낌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안내자분이 노래를 불러 볼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가서 해 봐도 된다고 권하시는데,
다들 눈을 피하다가 아무도 부르지 않고 설명만 들은 채 그냥 나갈 뻔 했던 순간, 
감기가 아직 완쾌되지 않아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리고 상태가 좋다고 하더라도
어디 나가서 노래하겠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기가 너무도 안타까웠던 저는, 안내하시는 분의 말씀 중간에
"제가 해 봐도 될까요?"라고 하고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

  3~400석 정도 되는 객석 중 단 10명 남짓 앉아있는데도 무대 위에 올라서고 보니,
어느새 생겨버린 무대공포증으로 인해 다리가 후들후들-거리더군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눈을 감고 첫 음을 내는데,

  ......우와......

  내고 있는 목소리가 큰지 작은지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없었지만, 
안내 책자에 나와있는 말 처럼, 공연장 전체가 울림통이 되어 소리가 퍼져나가는 것이
침 삼키는 소리, 호흡하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전달되는 느낌이라
가슴이 더욱 두근거렸습니다.

  벽 쪽의 나무 굴곡이 그냥 보기 좋으라고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어 어찌나 좋은지......

  짧은 노래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오는데, 안내자 분께서 칭찬까지 해 주시니
(물론 lip service셨겠지만) 볼이 달아오는 와중에도, 정말 모두에게 무대 위로 올라가서
소리를 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대극장에서 '무대 위에서 보는 객석'을 체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체임버홀에서 객석 쪽을 본 것으로도 만족한 채로 투어는 끝이 났고,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계속 가슴이 두근거려 설문지에도 굉장히 횡설수설 적어놓아서 설문지를 읽는 분께서는
'이 사람이 도대체 뭐라는 거야'라고 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모쪼록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쯤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꼭 권하고 싶네요.

  그리고 조금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견학프로그램에서 "이거 해 보실 분~"이라고 하면 
손을 번쩍 들어 꼭~ 체험해보세요. 정말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에요. 



※ 신청은 각 공연장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예술의 전당은 10월에는 견학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았다네요.

  세종문화회관 (http://www.sejongpac.or.kr)
  예술의 전당 (http://www.sac.or.kr)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8. 3. 02:36



 


  " 저 뽀얀 안개를 좀 보라지.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까.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지 않아? "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Traum2008. 7. 23. 19: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즈의 마법사'를 패러디한 것이랄까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서쪽마녀가 주인공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





I'm not that girl - Musical Wicked OST

Hands touch, eyes meet                         
Sudden silence, sudden heat  
Hearts leap in a giddy whirl  
He could be that boy    
But I'm not that girl    

Don't dream too far    
Don't lose sight of who you are  
Don't remember that rush of joy  

He could be that boy    
I'm not that girl    

Ev'ry so often we long to steal  
To the land of what-might-have-been  
But that doesn't soften the ache we feel
When reality sets back in  

Blithe smile, lithe limb  
She who's winsome, she wins him  
Gold hair with a gentle curl  
That's the girl he chose  
And Heaven knows    
I'm not that girl    

Don't wish, don't start    
Wishing only wounds the heart  
I wasn't born for the rose and the pearl
There's a girl I know    
He loves her so    
I'm not that girl    



Posted by 미우
들어볼래요?/Traum2008. 7. 21. 20:59


 



No one knows who I am (Musical - Jekyll and Hyde 삽입곡)

몇번을 묻곤해 나에게
누구야, 넌 누구
나중엔 헷갈려 어색해
민망한 내 모습
창피했어, 몸이 떨려
모른척 넌 누구

어차피 내일은 없어
덧없이 흘러갈뿐
태양이 뜬대도 암흑 뿐

몇번을 물어도 대답은
널 몰라, 넌 아냐
입술만 메말라 타는듯
갈라지고 있는데
누구일까, 내가 알까
못본척 넌 누구



----------------------------------------------------------------------------------

  이 곡을 듣거나 부를 때 마다 가슴이 아파요.


  그나저나 이러다가 지킬앤하이드에 나오는 노래는 죄다 한 번씩 불러보게 되는 것 아닌가 싶...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7. 21. 19:51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었어요.
  당신이 원하는 기준, 당신이 바라는 그 모습 그대로인 사람이고 싶었어요.
  어디서든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그런 사람.
  하지만,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키지 못했어요.
  당신은 그런 나에게 점점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짓곤 했죠.

  난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었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큼은 아니라 해도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당신의 기준을 따랐고, 당신의 생각에 맞추어 살았어요.
  나의 생각보다는 당신의 생각대로.
  내가 원하는 것 보다는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당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죠.
  지쳐갔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의 표정을 밝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요.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꿈꾸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해도 미소 짓게 하고 싶었어요.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요, 그건 욕심이었어요.
  나를 향한 당신의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것은 욕심이었어요.
 
  미안해요. 당신이 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당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 같은 걸 여태껏 곁에 두게 만들어서.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6. 6. 23:40


  집에 오는 길,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다니곤 하지만 내 목소리의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어디까지 전달되는 지 잘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집 근처 중학교 운동장으로 올라갔다.
 
  캄캄한 운동장. 가로등하나 켜져 있지 않은 운동장에 들어서니 입구 근처에 한 무리,
  그리고 저 쪽 끝 농구대 쪽에 한 무리의 소리가 들린다.
 
  노래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면서 운동장 스탠드 근처까지 간 다음에 우선 앉긴 했는데
  저 입구 쪽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확실하게 들리는 상황.

  몇 번을 망설이다 자신없이 노래를 웅얼 웅얼거려보았다.
  가사도 틀리고, 버벅버벅 거리면서 한 곡을 끝냈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

  다시 머뭇거리며 어떤 노래를 불러볼까하다가 No one knows who I am이라는 노래가
  떠올라서 (다행히 가사도 외우고 있는지라) 눈을 질끈 감고 불러버렸다.

  눈을 감고 저 쪽 운동장 끝까지 들리게 조금 더 큰 소리로.

  입구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잦아들고, 탕탕- 공을 튀기는 소리가 점점 느려지더니
  그 곡을 마쳤을 때 즈음엔, 누군가 짝짝짝 박수를 쳐 주더라.


  ......헉!!!


  캄캄해서 얼굴이 안보이기에 망정이지...
  부끄러운 마음에 슬그머니 일어나서 발소리도 요란하게 후다닥 걸어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크게 부르면 운동장 끝까지 소리가 전달되기는 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누군가가 내 노래를 듣고 박수를 쳐 줬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 두근거렸다.


 
근데 나 언제 이렇게 부끄럼쟁이가 된 거지? 응? 원래 그랬었나? [바들]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6. 4. 21:55


  내일부터 신문이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냥 몰래 넣어드리기보다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듯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꾸지람을 하신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바를 조목 조목 말씀드렸다.
  하지만, 비싼 돈 들여 서울로 학교 보내놨더니 애가 쓸데없는 것에 물들었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듯한 그 목소리에 왈칵 설움이 복받쳐올랐다.
 
  쓸데없고, 이상한 것에 물들었다고 보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물들만큼 내가 순진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셨던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신 것을 믿고
  자랐기에 옳다고 여기는 것을 옳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씀드리다가 배터리문제로 전화가 끊겨,
  배터리 교환 후 다시 전화를 걸어서는 어쨌건 신문은 내일부터 들어갈테니
  그냥 보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곧이어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세상을 언제나 정의롭게만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현실을 보라고 하신다.

  현실, 그래 그 현실.
  이상과 현실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울며 밤을 지새우게 하는 그 놈의 현실.
  현실이 곧 경제적인 것으로 결부되는 것으로 간주된다하여도,
  정치는 정치가의 손에 맡겨버리고
  나는 권리 위에서 그저 잠이나 자야한다는 뜻인가.  
  나라 일은 나랏님이 다 알아서 하실 일이니까?

  무어라 아버지께 말씀드리려던 차에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에 그저 이를 악물고 눈물만 삼켜야 했다.


  학생이라는 명목으로 폐만 끼치고 있는 내가 그 말씀에 어찌 반박을 할 수 있으리.

  ......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아프게 와닿았다.

 
결국 꿈은 버려야 하나? 싫은데. 내가 꿈을 버리고 정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접어야 하는 것일까? 젠장, 젠젱할, 젠장맞을! 이 땅에서 힘 없는 서민으로 살아가려면 당연히 꿈은 버려야 하는 것일까? 답답하다. 슬프다. 암담하다.
Posted by 미우
몽상 혹은 망상2008. 5. 27. 20:59


  ......항상 부담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잘 알아. 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그 많은 것들과 흘려버린 시간들.

그것을 돌이켜보거나, 문득 저지른 실수들이 떠오를때면 견딜 수 없는 죄책감과 아쉬움에

온 몸이 떨리기도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단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지나간 일이라 해도, 그 때의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지.

그래, 알고있어. 하지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후회를 한다해도 과거는 바뀌지 않아.

그것들을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지. 그치?


  그리고, 넌 아직 어려. 분명 어느정도 삶을 살아왔고 삶의 무게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더라도

이 기나긴 시간의 흐름에 비추어보면 아직 어리고 어린 존재란다. 응, 자신의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생각하면 함부로 선택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그래도 있잖아,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네가 정말로 원하는 일이 있다면 시도해보렴. 네가 항상 하는 말 있잖니.

'하지 않은 일보다 하지 못한 일이 더 아쉽다'고.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만큼

후회가 적지만, 하지 못한 것은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더 시간이 지난 후에

'꼭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라며 미련을 가지고 후회하지 말고 한번 시도해 보렴.


  널 응원하는 사람은 사실 네 주위에 가득있단다.

  널 믿고 있어, 힘내렴. 사랑해.

Posted by 미우
하루이야기2008. 5. 17. 18:43


  지난 여름에 보니, 재작년에 사 드린 어머니의 부채가 많이 해져있었던 것이 생각나
  부채를 사러 인사동에 가기로 했다.
  (마침 나도 다니엘언니도 수요일은 수업이 일찍 마치는 날이었기에 종로에서 만나
  함께 걷기로 약속했었더랬다.)
 
  수업이 끝나고보니 학교 축제가 시작되어 시끌시끌 왁자지껄.
  마침 장기자랑을 하는지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고 하는데,
  '나도 한 번 참가해볼까?' 했다가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한다해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부끄럽기도 해서 그냥 양산을 빙글 빙글 돌리며 내려왔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좀 이른 시간.
  언니가 올 때 까지 서점에서 악보를 구경하다가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악보집을 한 권 사고
  '다음에 여유가 되면 이것도 사야지'라고 하면서 눈도장도 찍어놓고 하다보니
  언니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매번 만날 때 마다-매일 만난다 하더라도- 늘 반갑고 기분 좋은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또 '꺄악꺄악♡'거리며 인사를 한 후, 인사동으로 향했다. (응?)

  어떻게 보면 식상할 법도 한데, 인사동에 오면 왜 이리도 즐거운 것인지.
  부채를 살 때 늘 가는 가게에 가서 고심 끝에 예쁜 부채를 사고,
  인사동 구경 시작.

  "그러고보니 내일 스승의 날인데 뭘 선물해드리지?"
  하는 이야기가 나와 구경에 목적이 생겼다.
  이것 저것 볼 때마다 "이건 어때?", "이건 어때?"라는 말을 하다가
  예쁜 컵들을 파는 가게에서 발이 멈춰 본격적으로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예쁘네. 근데 너무 비싸다."
  "오! 이것도 예쁜데?"
  하면서 고르다보니 어째 어째 둘 다 선물을 포장까지 하긴 했지만
  분명히 컵을 보고 들어갔는데 구매한 것은 컵과는 거리가 먼- 물건들. (......)

 
  그렇게 주렁주렁 팔에 짐을 걸고 인사동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우리는 시청까지,
  서울역까지, 학교 근처까지, 용문시장까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신나게 걷고 또 걸었다.

  걷다보니 하늘 끝자락엔 해가 겨우 매달려있었고,
  원효대교에 들어설 때에는 어둑어둑해져버렸다.

  해도 지고, 강바람도 꽤 찬 다리 위.
  하지만, 스카프 덕분인지 그다지 추위는 느끼지 못했다.
  다리를 건너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고,
  웬일인지 나는 노래를 불렀고,
  언니는 호응을 해 줬고,
  그게 좋아서 또 노래를 불렀고,
  또 노래를 부르다보니 다리 끝- (!?!?!??)

  언니에게 칭찬도 듣고, 가능성도 인정받고(^^), 덕담도 듣고,
  도보여행도 하고, 무엇보다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힘이 나게 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내 친구라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울 따름이에용.
 
Posted by 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