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지휘자님께서 주신 티켓을 가지고
마포 아트센터 앞에서 다니엘 언니를 만났습니다.
그래도 음악회인데 정장까지는 무리라도 어느 정도 격식은 갖추어야겠다 싶어
원피스에 자켓을 입고 갔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을 해 주어서 살짝 부끄러웠...
흠흠!
사실은 좀 더 일찍 만나서 시간을 보내다 음악회에 가려고 했는데
둘 다 조모임과 과제 덕분에 시작 1시간 전 쯤에 만났답니다.
이상하게 피곤하기도 하고,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 둘 다 어버버거리다(!?)
티켓을 교환하고 프로그램도 하나 사고 이야기도 조금 하다보니
시작이 가까웠습니다.
티켓을 확인하고 홀에 들어가보니 앞자리라 정말 좋았어요.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고,
속으로 '저 분 되게 편안하게 부르신다~' , '우와~ 지휘자님 드레스 진짜 예쁘다~'
'헤에~ 살짝 무리하시는 듯 한 목소리?!' , '아, 왠지 피치가 살짝 떨어지는 느낌?'
등의 생각을 하며 듣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금방 가버려 intermission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밖에 나갈까했다가 그냥 안에서 언니와 함께 느낀 점 등을 간단하게 나누고
"그런데 집에는 어떻게 가지?"하는 문제를 의논하다보니 다시 시작. (......)
끝나는 순간까지 즐겁게 잘 듣고, 앙코르를 기대하며 박수를 쳤지만
그대로 불이 켜지더군요. 결국, 지휘자님께는 따로 인사는 못 드린채
음악회가 끝나자마자 밖으로 빠져나왔답니다.
"우리 좀 걸을까?"
생각보다 일찍 끝나 여유가 생겼는지라 한적한 길을 걸으며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 노래하고 싶어."
감기 덕분에 목소리도 제대로 잘 안나와 답답해하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가 작게 웃었습니다.
"어쨌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원래 헤어지기로 한 장소에는 벌써 도착해버렸지만
아쉬움이 남은 두 사람.
좀 더 걷기로 결정하고 계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상하게 서로 만날때마다 호랑이 기운이 솟는 것 같아."
"그러게, 피곤했다가도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피곤함이 싹 사라져."
"큭큭, 그게 다 마음이 잘 통해서 그런거야."
"후후훗"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또 다시 버스정류장에 도착해버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음악회도 즐거웠지만, 친구와 함께하는 밤 산책도 참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