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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02 고마워...
- 2008.02.24 찬란한 어느 오후...
- 2008.02.16 피아노에 대한 단상. 8
- 2008.02.13 두려움.
- 2008.02.12 재회.
- 2008.01.26 반칙.
- 2008.01.26 그리움.
- 2008.01.14 시험, 시련 2
- 2008.01.11 눈 내리는 어느 날. 2
- 2008.01.10 고맙습니다. 2
- 2008.01.09 미안해요.
피아노.
유치원을 다닐 나이쯤 되었을까, 친한 친구와 한참을 놀고 있다가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가야한다며 가방을 가지고 가는 그 뒷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던 아이는 결국 엄마를 졸라
피아노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피아노 의자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 조차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손가락을 움직여 건반을 눌렀을 때 퍼져나오던 그 울림이 좋아서,
친구와 함께 학원을 간다는 사실이 좋아서 신이나 있었다. 그렇게 피아노 학원을 가는 것이
마냥 즐겁던 무렵, 어느날부터인지 아이의 눈에 원장선생님 방에 있는 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들어왔다.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너무도 예쁘고 멋진 피아노!
왠지 햇빛도 그 피아노를 향해 비추이는 것 같은 환상을 보고난 이후에 아이는
단순한 손가락 연습이라해도 다른 선생님보다 원장선생님께 레슨받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게 되었다. 아마 원장선생님께 받는 레슨이라서가 아니라 그 예쁜 그랜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랜드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그 작은 가슴이 콩닥거리고 피아노의 소리가 더 예쁘게 느껴져 마법에라도 걸린 것만 같았다.
정기연주회.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주관하는 연주회를 위해 열심히 연습해서 악보를 외우고,
외우고 외우다 안외워져서 속상해하기도 하며 준비한 곡을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던 그 날. 공주님 같은 하얀 공단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홀로 주인공이 되어 한 곡을 끝내고 내려올 때 아이의 두 볼은 발갛게 상기되어 후끈거렸다.
설렘과 성취감, 만족감 등등 벅차오르는 감정들. 그 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아이는 온 몸이
붕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위해 피아노를 장만해주셨다.
'나의 피아노!'
나뭇결이 살아있는 그 갈색의 피아노는 아이의 부름에 학원에 있는 그 어떤 피아노보다도
예쁜 소리로 응답해 주었고, 아이는 그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보는 악보, 엄격한 레슨,
지루한 연습의 단계가 끝나고 한 곡이 완성되면 또 다음 곡으로.
그 이후, 몇 번의 콩쿨에 나가기도 했지만 피아노를 치며 느끼던 그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피아노학원을 가는 것이 마치 의무인 양 느껴져 지루하다 생각했던 그 때,
소녀는 피아노학원을 그만두었다. 책의 진도에 맞춰, 선생님이 택한 곡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곡을 치고 싶다는 오만함을 이기지 못한 것이리라.
그렇게 레슨을 받는 것은 그만두었지만, 피아노의 소리를 참 좋아했던 소녀는
학교를 다녀와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곧잘 피아노를 치곤 했다. 슬픈 일이 있을 때에도,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피아노는 소녀와 시간을 함께했고, 소녀의 신실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래,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피아노를 치는 것에 구애됨은 없었다.
어느덧 소녀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소녀에게는 피아노를 칠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새벽 6시 20분이면 나가서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 피아노 건반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뚜껑을 쓰다듬거나 덮개 위에 볼을 대고 기대며 피아노와 교감하던 소녀는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간절함에 못이겨 학교 음악선생님께 찾아가 음악실이 비는 시간에
잠깐 피아노를 쳐도 되냐고 물었고, 평소 소녀를 예쁘게 봐 주시던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다.
그렇게 소녀는 그 시절 또한 피아노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었다.
헤어짐.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어 피아노와 떨어져지낸지도 벌써 5년째.
방학 때라거나 가끔 본가에 가게 되면 하루에 3~4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있지만,
피아노와 멀어지면 느껴지는 그 간절함과 애절함이 그에 대한 사랑을 점점 더 크게 만드는 것 같다.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실력도 아니고, 어디가서 잘 친다는 이야기를 듣기에도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부족하기만 하지만, 피아노는 언제 생각해도 참 고마운,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이다.
며칠 전 내가 집에 다녀온 이후부터 어머니께서 남동생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신다. 나의 부재기간 중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던 녀석이 이제 어머니와 남동생으로 인해 즐겁게 노래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기쁨에 눈물이 난다. 그래, 신나게 노래하렴. 고마운 나의 친구여.
아픔과 그리움에 가슴을 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대를 만나러 갑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보는 거리,
처음 와 본 도시.
하지만 그대 향한 그리움만으로
낯설음은 뒤로 한 채 당당히 걸음을 옮겨봅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금만 더 가면 그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또 한 걸음.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록
숨은 가빠오고
심장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기약도 없이 불쑥 나타나서는 무어라 해야할는지,
만나게 되면 어쩌나, 못 만나면 어쩌나
머릿 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망설임으로 인해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점차 힘겨워 질 때,
그 자리에 우뚝 서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걸음을 옮겨봅니다.
그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 다다랐을 때,
무작정 찾아와 주위를 둘러본다 하여도 그대가 보일 리 없다는걸 알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그저 그대에게 건넬 쪽지를 남겨두고
자조하며 돌아섭니다.
보고싶다는 말, 그립다는 말, 잘 지내냐는 말.
그대를 보며 몇 번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말들을
그 작은 종잇조각에 담아놓고 돌아서는 이 마음을 그대는 알까요.
맺히는 눈물을 삼키며, 솟아오르는 신음을 애써 눌러담고
어쩌면 그대와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인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달래며
돌아가는 그 길은
그대를 만나러 가던 그 길과 같음이 분명한데도 더없이 짧게 느껴집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 하여도
내 마음을 전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는 안도감때문일까요.
알 수 없는 평안함과 이러 저러한 감정이 뒤섞여
온 몸이 나른해집니다.
그렇게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떴을 때,
그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